SK하이닉스 'HBM 독립사업부' 만드나

연말 조직개편 가능성 제기
시장 대응 '원팀' 필요성 커
설계·제조·영업·마케팅 총괄
고부가가치 제품 '선택과 집중'

SK하이닉스가 올 연말 인사 및 조직개편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독립 사업부로 신설할 가능성이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HBM 매출 비중이 급증하고 관련 인력 규모도 커져서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M 관련 설계·제조는 물론 영업과 마케팅까지 아우르는 전담 사업부 신설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 매출 비중이 커지면서 현 체제보다 HBM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전담 사업 조직 신설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이같은 사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HBM 독립사업부에 대한 논의는 올해 상반기부터 이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 HBM3E 12단
SK하이닉스 HBM3E 12단

HBM은 SK하이닉스 최대 성장동력이자 핵심 사업으로 떠올랐다. 회사 측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체 D램 매출 비중 가운데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고, 4분기에는 40%에 이를 전망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과 PC 시장이 큰 힘을 못쓰는 상황에서 범용 D램 사업 성장 둔화가 예상돼 내년에는 HBM 매출 비중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만큼 HBM 사업 강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시장 변화에 따라 HBM이 SK하이닉스 D램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신규 채용과 사내 조직 개편으로 HBM 인력을 확대하는 것도 HBM 독립 사업부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구체적인 숫자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미 수 백명의 인력이 근무 중이며, 규모도 계속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조직 변화도 요구된다. 차세대 HBM 시장에서는 '원팀' 체제 필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 등 HBM 주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6세대 HBM(HBM4)부터는 맞춤형 시스템 반도체(로직)가 탑재된다. HBM 설계부터 제조·공급까지 협력 저변 확대가 필요해진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AI 인프라 담당을 신설, HBM 비즈니스 조직을 편제한 바 있다. 사실상 HBM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곳으로, 고객 대응 및 사업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그외 HBM용 D램 개발은 'D램 개발 담당'이, 생산은 '제조·기술 담당', 실리콘관통전극(TSV) 등 HBM 제조를 위한 주요 패키징 공정은 'P&T 담당'이 맡고 있다. HBM 독립 사업부가 꾸려질 경우 영업·마케팅 뿐 아니라 설계 및 제조, 패키징·테스트(P&T)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탄생할 가능성이 짙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연말 인사 때 조직 개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실현될 경우 HBM을 중심으로 한 대대적인 인력 재편성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