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그룹은 내부 감사를 실시한 결과 김기유 태광그룹 전 경영협의회 의장이 계열사 예가람·고려저축은행에게 사기 대출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31일 밝혔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작년 8월 한 부동산 시행업체에 각각 100억원, 50억원 대출을 실시했다. 태광그룹은 해당 대출이 당시 그룹 경영총괄을 맡고 있던 김기유 전 의장이 시행업체로부터 부탁을 받고, 이은우 예가람·고려저축은행에게 지시해 이뤄진 것으로 확인하고 김기유 전의장과 이은우 대표 등을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시행업체가 대출을 신청하면서 제출한 토지담보부 차용 약정서와 차용 이행 합의서는 허위로 작성된 가짜 서류인 것으로 확인된다.
대출금 150억원 중 100억원은 가짜 채권자 명의로 차명 계좌로 입금됐고, 시행업체 대표는 주식에 투자하거나 자신이 운영하는 다른 법인 운영자금으로 활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대출이 부실로 확인되면서 예가람저축은행은 대출금 100억원 중 94억원을, 고려저축은행은 대출금 50억원을 전액 손실 처리하고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예가람저축은행은 94억원을 손실로 반영함에 따라 8월 기준으로 금융기관의 신뢰성 측정 지표인 지급여력비율(BIS)이 14.8%에서 13.9%로 0.9%p 하락했다. 금융 당국의 권고기준치(11%)를 상회하는 수준이지만, 연체율도 6.3%에서 6.9%로 악화됐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최근 사기대출을 주도한 이들을 상대로 피해 원금 144억원과 이자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채권 회수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고 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회수할 수 있는 자산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설명이다.
예가람·고려저축은행은 최근 “김기유는 이 사건이 일어나게 만든 실질적인 총책이며, 범죄를 직접 실행한 관련자들을 맺어주고 뒤에서 조정한 인물이니 철저한 수사를 통해 김 전 의장과 그 일당들의 범행을 낱낱이 밝혀 달라”는 내용의 엄벌 요청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