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부실 여파로 저축은행과 캐피탈업계 실적이 악화하는 가운데, 직원들부터 회사를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원 선임은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비정규직 및 일반 직원은 감소하는 모습이다.
4일 금융감독원 통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저축은행과 캐피탈(리스, 할부금융사 합산) 임직원 수는 각각 9656명, 1만62명으로 작년말(9881명,1만212명)보다 225명, 150명씩 줄었다. 저축은행은 지난 2022년말 1만311명을 기록한 뒤 하락세로 전환해 9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양 업권 모두 비정규직 축소가 두드러졌다. 캐피탈업계 비정규직은 작년말 1911명에서 올해 1768명으로 143명 줄었는데, 이는 전체 임직원 감소(150명)의 대부분이다. 같은 기간 저축은행도 비정규직이 853명에서 735명으로 줄며 전체 임직원 감소(225명)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직원은 줄고 있지만 임원은 지속 증가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 캐피탈과 저축은행 임원 수는 각각 457명, 740명으로 △2022년 446명, 717명 △2023년 452명, 723명에 이어 모두 늘었다.
같은 부동산PF 문제로 부실을 감당하고 있는 증권사의 경우 저축은행·캐피탈과 달리 임원과 직원이 모두 줄고 있다.
올 상반기 증권사 임직원은 3만7879명으로 지난해 말(3만8271명) 대비 392명 감소했다. 같은 기간 임원은 1465명에서 1421명으로, 직원은 3만6806명에서 3만6458명으로 감소했다. 비정규직 수는 1만631명에서 1만321명으로 축소됐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추진하는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와 함께 저축은행과 캐피탈에서 부실로 분류되는 채권이 불어나면서, 직원 이탈이 지속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감원이 발표한 부동산PF 사업성 재평가 결과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저축은행업계 유의·부실우려 채권 규모는 4조5000억원, 여신전문금융사(카드사 포함)은 2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달 기준 부동산PF 대출중 고정이하 여신비율은 저축은행 29.7%, 여전사 9.4%다. 이후 지난달까지도 저축은행·캐피탈사들은 신규 부실채권 발생을 신고하고 있다.
수백명 비정규직 및 일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동안 임원은 증가하면서, 실적 부진 여파가 임원이 아닌 직원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으로 비정규직이 줄었다기엔 전체적인 직원 수가 줄고 있는 상황”이라며 “직원들이 업권의 미래가 불확실하거나 성장이 정체돼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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