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의견을 모았지만 이번 달 본회의에서 처리될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민의힘은 이달 중 서둘러 매듭짓는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상법 개정' 등 조건부 압박과 함께 김건희 여사 특검·이재명 1심 선고 등으로 정쟁이 격화될 경우 합의가 지연될 수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금투세 폐지를 위한 국회 입법절차가 마무리되도록 즉시 민주당과 협상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민주당이 민생을 볼모삼아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동안 1000만 개미는 천국과 지옥을 오갔다”며 “늦었지만 다행이다”라고 덧붙였다.
내년 도입 예정이었던 금투세는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는다. 여야가 어렵사리 뜻을 모은 만큼 국민의힘은 오는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되길 기대하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금투세 폐지 처리 일정 등을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 회동에도 나설 예정이다.
민주당도 이재명 대표가 고심끝에 입장을 밝힌 만큼 '금투세 폐지'를 당론으로 추진하는 분위기다. 금투세 시행을 주장했던 일부 의원들도 지도부의 결단인 만큼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혀 내부 내홍도 사그라들었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를 협조한 만큼 다른 법안을 연계해 처리하자고 추가 제안할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곧바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뿐만 아니라 일반 주주까지 확대하는 상법 개정을 거세게 촉구하고 있다. 금투세 폐지와 맞교환 조건을 내걸 가능성이 높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민주당의 상법 개정에 대해 “상법상의 주주 충실 의무는 대단한 논리적 모순을 안고 있다”며 “기업의 주주는 외국인투자자, 기관투자자, 사모펀드, 소액 주주 등 서로 이해관계가 다른 다양한 주주들이 있는데, 이들의 이익을 위한 충실의무를 규정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상법 개정 제안의 취지가) 기업 밸류업을 위한 것이라면 야당과 함께 현명한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자본시장법상 대안이 없는지도 상의하겠다”고 덧붙였다.
추 대표 역시 “국민의힘은 자본시장 밸류업으로 기업 활력 제고를 위한 정책적, 입법적 노력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느정도 협상의 여지를 던진 셈이다.
상법개정을 제외하고도 여야간 쟁점은 막판 변수로 남아 있다. 내년도 예산안을 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는 가운데, 김건희 특검법과 이재명 1심 선고 등 정쟁을 부추길 사안들이 도사리고 있다.
야당은 이달 내 김건희 특별법 통과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김건희 특검이 빠진 그 어떤 조치도 국민 분노를 달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며 “민주당은 오늘부터 특검 관철 위한 의원 비상행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여야간 정쟁이 심화될 경우 금투세 개정법 합의가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며 “내년 시행을 앞두고서는 주식 시장의 대 혼란을 막기 위해서라도 막판 합의는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