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대리점협회(GA협회) 정착지원금 공시가 시작되면서 분기별로 GA가 지출한 스카우트 비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회사마다 신규 설계사 유치를 위해 수십억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착지원금은 GA가 타 법인 소속 설계사를 영입하거나 신규 설계사를 위촉하면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말한다.
5일 전자신문이 설계사 수 1만명 이상 초대형 GA(지에이코리아, 인카금융서비스)와 주요 생명보험사(한화생명, 신한라이프, 미래에셋생명, 라이나생명, KB라이프) 계열 GA 정착지원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3분기 신규 설계사 영입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곳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34억6878만원)로 나타났다.
3분기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지급한 정착지원금은 207억7114만원, 선지급률은 16.7%를 기록했다. 선지급률은 정착지원금 총액에서 설계사가 위촉된 당월 지급된 금액의 비율을 말한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3분기에 새로운 설계사를 영입하면서 34억6878만원을 투자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다.
나머지 약 170억원은 한화생명금융서비스가 물적분할 이후 기존 설계사들과 올해 3분기 이전까지 위촉한 설계사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금액으로 해석된다. 지난 2021년 한화생명은 전속 설계사 조직을 분리하는 제판분리(제조와 판매 분리)를 실시해 GA를 출범했다.
초대형 GA 지에이코리아와 인카금융서비스의 3분기 선지급비는 각각 25억6830만원, 10억8154만원으로 나타났다. 지에이코리아는 선지급비율이 87.3%에 달해 정착지원금 대부분을 신규 설계사 영입에 활용한 것으로 확인된다.
생보사 계열 GA중에선 KB라이프생명의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가 공격적으로 설계사를 영입하고 있다. 3분기 KB라이프생명이 신규 위촉을 위해 지출한 선지급비는 28억6089만원을 기록했다. 이어 △라이나원 19억6551만원 △신한금융플러스 1억4237만원 △미래에셋금융서비스 3604만원 순이다.
회사 규모(설계사 수) 대비 선지급비 지출로 산출해 보면 KB라이프파트너스가 약 200배를 기록하며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서 △라이나원 100배 △지에이코리아 17.5배 △한화생명금융서비스 15.3배 등이다.
업계는 정착지원금 지출 내역이 상세히 공개되면서 과열됐던 보험설계사 스카우트 경쟁에 자정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작년부터 보험업계엔 정착지원금 명목으로 직전 연봉의 200%를 제시하는 등 '고능률 설계사 모시기'가 지속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절대적인 설계사 수에 차이가 있어 단순히 액수를 비교하기보단 선지급률과 규모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신규 채용을 실시한 GA는 선지급 비중이 낮게 잡히고, 타사에서 경력직을 스카우트한 GA는 선지급률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설계사 스카우트 경쟁과 고수수료 상품 위주 판매 관행이 GA업계에 만연해 있다고 꼬집으며 건전한 시장질서 확립을 강조한 바 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