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 양산 속도전에 나선다.
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 제조에 필요한 핵심 설비들을 1분기 정도 앞당겨 받기로 했다. 장비 반입 시점을 2~3개월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이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내년 1분기 반입을 목표로 했던 주요 장비를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1월까지 모두 받기로 조율했다”며 “HBM3E 수요에 빠르게 대응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HBM3E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 승인을 받고 현재 양산 중인 제품이다. D램을 8개 쌓은 8단 HBM 뿐만 아니라 12단 제품이 공급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설비 구축을 앞당기는 건 연말 엔비디아 블랙웰 AI 가속기 출시가 임박함에 따라 여기에 탑재되는 HBM3E 물량을 빠르게 늘리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블랙웰 수요가 “엄청나다”고 밝혔는데, 업계에서는 이미 1년치 블랙웰 물량이 '완판'된 것으로 보고 있다.
급증하는 수요 대응을 위해 SK하이닉스가 설비를 앞당겨 구축하려는 중이지만 관건은 공간이다. SK하이닉스가 HBM3E를 생산할 팹 라인이 많지 많아서다.
회사는 HBM 생산 능력을 키우기 위해 청주 M15X 공장을 짓고 있지만 내년 완공된다. D램 제조 핵심인 이천 M16 팹 유휴 공간 역시 장비 반입이 완료돼 여력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는 기존 팹의 유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M15X·M16을 제외한 기타 팹 남은 공간과 M10F를 대상으로 조기 반입이 예상된다. 이천에 위치한 M10F는 D램 생산 공장으로 라인 일부를 HBM 용도로 전환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존 빈 공간을 최대한 HBM3E 생산 라인으로 구축하려는 것으로 안다”며 “생산 라인을 일부 조정하거나 기존 구공정(레거시) 제품 라인을 전환하는 방식으로도 HBM3E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투자 시기 단축으로 SK하이닉스의 HBM3E 비중 확대 역시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12단 제품 중심의 물량 확대가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설명회에서 “HBM3E 12단은 내년 상반기 중 8단 판매 물량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고 내년 하반기에는 대부분 물량이 12단 제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HBM3E 12단 물량 확대로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장비 반입 시기 조정 여부에 대해 “기존 계획에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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