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 도용 피해 지적장애인,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 도움으로 억울한 채무 벗어

지적 장애인 명의 도용 대출 관련 공익소송을 승소로 이끈 이연지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교수(오른쪽 세 번째)와 로스쿨 학생들의 모습.
지적 장애인 명의 도용 대출 관련 공익소송을 승소로 이끈 이연지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교수(오른쪽 세 번째)와 로스쿨 학생들의 모습.

인하대(총장 조명우)는 법학전문대학원이 운영하는 리걸클리닉센터가 최근 명의 도용 피해자인 지적장애인을 대리한 공익소송에서 승소해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센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적장애인 A씨가 명의 도용으로 인해 발생한 대출 채무를 면제받기 위한 소송이었다. A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신용등급을 올려주겠다”는 말에 속아 휴대전화와 주민등록증을 넘겨줬고, 이들은 A씨 명의로 약 2800만원의 비대면 대출을 저축은행에 신청했다.

뒤늦게 피해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법률홈닥터의 도움으로 피의자들을 고소했다.

피고인들은 준사기 등 혐의로 처벌을 받았으나 형사재판의 판결만으로는 채무가 없어지지 않기 때문에 A씨는 이자와 원금을 갚아야 했다. 법률홈닥터와 연계해 협력하고 있는 리걸클리닉센터는 A씨의 사연을 알게 되면서 로스쿨 학생들과 함께 저축은행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을 진행했다. A씨 명의 대출은 명의 도용으로 이뤄진 대출이기 때문에 A씨의 책임이 없다는 것이다. 센터 소속 로스쿨 학생들은 자료 조사와 서면 작성에 참여하며, A씨가 대출에 대한 변제 책임이 없음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했다.

저축은행 측은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과실이 없었다고 주장했으나, 1심 재판부는 “무능력자 제도는 거래의 안전을 희생시키더라도 무능력자를 보호하는 것이 입법 취지”라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공인인증서를 통한 전자서명만으로 계약의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저축은행이 항소하지 않으면서 1심 판결이 확정됐고, A씨는 약 4880만원에 달하는 대출금과 이자 상환 부담에서 벗어나게 됐다.

이번 공익 소송을 함께 진행한 이연지 리걸클리닉센터 임상법학교수는 “이번 판결은 로스쿨 학생들이 지적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사기 사건에서 실질적 구제를 끌어낸 의미 있는 성과”라며 “비대면 금융거래에서 명의 도용 피해자의 책임을 제한한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인하대 리걸클리닉센터는 2011년에 설립돼 로스쿨 학생이 법조인으로 성장하기 전 사회, 지역주민과 소통하며 실제 법적 분쟁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센터는 외부 변호사와 연계한 법률 상담 사업과 실무 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을 통해 법조 인재 양성과 지역사회 공헌에 기여하고 있다.

인천=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