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지방 의회가 문을 고정하기 위해 사용하던 대리석 흉상이 300년 전 제작된 예술품으로 확인돼 경매에 등장했다. 한때 우리돈 9000원에 거래된 흉상은 현재 45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미술전문매체 아트넷(Artnet)에 따르면 영국 스코틀랜드 하이랜드 시의회 창고에 보관 중이던 대리석 흉상이 조만간 소더비 경매에 출품돼 최대 250만 파운드(약 45억원)에 판매될 예정이다.
이 조각상은 18세기 하이랜드 하원의원이자 지주인 존 고든 경을 묘사한 대리석 흉상이다. 루이 15세 기마상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 조각가 에드메 부샤르동(Edme Bouchardon)이 1728년 베르사유 궁전 정원을 장식하기 위해 만든 작품이다.
고든 경의 후손들이 대대로 인버고든 성에서 보관해왔던 흉상은 1920년대 성이 시의회에 인수되면서 함께 넘어갔다. 당시 가격은 5파운드(약 9000원)로, 현재로 따지면 약 500파운드(약 90만원) 정도에 판매된 셈이다.
미술학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지만 지방 정부 재편 과정에서 분실돼 행방이 묘연한 상태였다. 그러던 중 1998년 인버고든 인근 마을인 발린토어의 산업단지 내 창고에서 도어스토퍼(문 고정 장치)로 사용되던 흉상이 발견돼 시의회 품으로 돌아왔다.
경매 업체는 고든 경의 흉상의 가치를 최대 250만 파운드로 추정하고 있다. 최초 추정가는 125만 파운드였으며, 지난해 140만 파운드까지 오른 뒤 한 해외 개인 수집가가 소더비 측에 250만 파운드를 제안하면서 높은 가치가 매겨졌다.
흉상을 경매에 부치는 제안은 2014년 처음 논의됐다. 하지만 해당 미술품은 개인 소유가 아니기 때문에 박물관에 대여하는 형태로 대중에 공개되어야 한다는 일부 미술사학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정식으로 판매가 진행되지 않았다.
또한 소유권을 둘러싼 논쟁도 오랜 기간 이어졌다. 인버고든이 과거 흉상의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지난 40년 사이 문서가 파기됐고, 하이랜드 시의회의 의원인 맥신 스미스가 잃어버린 흉상을 되찾아왔기 때문이다.
양측은 지난 6월 흉상을 판매하고 공공자산으로 쓰기로 합의하면서 소유권 문제를 해결했다. 협의회 투표 결과 70표 중 48표가 흉상 판매에 찬성했다.
현재 하일랜드 시의회 보관소에 있으며, 판매된 이후에는 복제품을 만들어 하이랜드시에 전시할 계획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