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5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재선되면서 미국의 인공지능(AI) 정책과 기술 전략에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AI 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시장 주도형 혁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AI 기술의 급속한 발전을 촉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윤리적 문제와 글로벌 협력의 축소라는 도전 과제도 안고 있다.
1. AI 산업 규제완화와 혁신 촉진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행정부의 AI 규제 정책을 철회하고, 산업의 자율성을 높이기 위해 규제를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시행한 AI 행정명령을 폐지하겠다고 선언하며, 이를 “혁신을 제한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 명령은 안전성 테스트 결과와 주요 정보를 정부에 공유하도록 요구했으며, 이는 AI 개발과 배포에 대한 정부의 감독을 강화하려는 조치였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러한 요구를 철회함으로써 AI 시스템의 책임을 빅 테크 기업들에 더 많이 맡겨질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이러한 규제 철회가 단지 AI 기술의 발전을 방해하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국이 AI 분야의 글로벌 리더로 자리 잡는 데 필수적인 전략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트럼프는 과거에도 AI 분야에서 미국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행정명령을 발표한 바 있다. 2019년 '미국의 AI 리더십 유지'를 위한 행정명령, 2020년 '연방 정부에서 신뢰할 수 있는 AI 사용 촉진'을 위한 명령에 서명했다. 이러한 조치는 AI 기술을 통한 국가 경쟁력 강화를 목표로 하며, AI 산업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트럼프의 장기적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특히 밴스 부통령은 AI 분야에서 오픈소스 접근을 강화해 협력과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밴스는 오픈소스 AI가 사회적 협력을 촉진하고 다양한 기업이 접근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AI 산업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는 기업의 독점적인 AI 모델 의존도를 줄이고, 혁신의 폭을 넓히기 위한 중요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2. 'AI 맨해튼 프로젝트'와 국가 안보 강화
트럼프는 AI 기술을 군사 및 국방 목적으로 활용을 강화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핵폭탄 개발 프로그램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유사한 대규모 연구 개발 프로그램을 통해 AI 기반 자율 무기 시스템, 사이버 방어, 정보 수집 및 분석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자 한다. 이는 AI를 통한 국가 안보 강화와 함께 중국 등 경쟁국을 압도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트럼프의 의지를 나타낸다.
3. AI와 에너지 정책
트럼프는 AI 기술 개발에 필수적인 에너지 자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전통적인 에너지 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AI의 급속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 자립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정책은 전력 소비가 많은 AI에 필요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목표로 하지만, 기후 변화와의 충돌로 인해 논란의 여지도 있다.
4. AI 안전 연구소(AISI)와 그 역할 축소 가능성
AI 안전 연구소(AISI)의 역할이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영국이 AI 안전성을 중요한 정책 요소로 다루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의 트럼프는 혁신과 경제적 경쟁력 강화를 우선시할 가능성이 높아 AISI와 같은 AI 안전 보장 기관에 대한 지원이 축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AI 안전과 윤리적 사용보다 빠른 기술 발전에 집중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사례로, AI의 안전성과 관련된 우려가 증가할 수 있다.
5. AI와 일자리, 사회적 영향
트럼프 행정부는 AI 자동화로 인한 일자리 손실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 밴스 부통령은 AI로 인해 일자리가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 재교육과 직업 훈련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AI가 경제적 성장과 함께 국민의 일자리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균형을 찾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AI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면서 예상치 못한 윤리적 문제와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많은 기업이 AI를 활용한 자동화 기술을 도입하며 일자리 구조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높으며, AI 기술에 대한 규제나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미비한 상태에서는 데이터 프라이버시나 알고리즘 편향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없다면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윤리적 기준 설정이 뒤처질 수 있다
6. 국제 AI 생태계와 협력
미국의 AI 규제 완화와 국가 중심의 기술 보호 정책은 글로벌 AI 규제 프레임워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유럽연합(EU)은 데이터 프라이버시와 공정성을 중시하며 AI 윤리 규제를 강화하고 있으나, 트럼프의 미국 중심주의 정책은 유럽 및 다른 국가와의 협력을 약화시키고 미국 AI 기술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 AI 협력 구조를 약화시키고, 글로벌 AI 생태계의 분절화를 야기할 수 있다.
유럽과의 기술 규제 차이는 특히 데이터 보호와 AI 윤리 분야에서 부각될 것이다. 미국의 느슨한 규제 환경 속에서 AI 기업들은 더 큰 자율성을 누리게 될 것이나, 이는 유럽 등 강력한 규제 체계를 가진 국가들과의 협력을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각국은 자국의 AI 윤리와 데이터 보호 표준을 유지하면서 기술상호운용성 등 미국과의 기술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대응 전략
한국은 미국의 AI 정책 변화에 발맞춰 주요 분야에서 상호 윈-윈 할 수 있게끔 협력체계 구축하고 동시에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해야 한다. 규제 완화와 윤리적 사용을 균형 있게 조율하여 한국 AI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정책을 정비해야 한다.
또,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글로벌 AI 거버넌스가 변동성이 클 가능성이 있는 만큼 한국은 AI 안전과 윤리적 사용의 국제 규범을 선도하며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AI 안전 연구소를 활용하여 책임 있는 AI 사용을 장려하고, 국제 협력 속에서 미국과 윤리적 기준을 조율하는 것도 중요하다.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변화는 미국의 기술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규제 완화를 통한 혁신 촉진과 국가 안보 강화를 목표로 하지만, 이는 AI 기술의 윤리적 문제와 글로벌 협력 부족을 야기할 수 있다. 'AI 맨해튼 프로젝트'와 같은 국방 강화 전략 및 에너지 정책은 AI 산업에 필요한 자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AI의 안전성 확보와 윤리적 사용에 있어 중요한 도전 과제를 제기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 중심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기여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국제 기술 협력과 사회적 신뢰성 확보를 위해 균형 잡힌 접근이 요구된다. AI 기술 발전과 윤리적 기준 사이에서의 균형을 찾는 것이 미래 AI 정책의 핵심 과제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오성탁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연구위원 ohst@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