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플랫폼 규제 역외적용 어려움 심화…신중한 접근 필요”

“트럼프 2기, 플랫폼 규제 역외적용 어려움 심화…신중한 접근 필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재선에 성공하면서 국내서 추진 중인 플랫폼 규제의 역외적용 가능성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자국 우선주의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K플랫폼(대한민국 플랫폼)을 지원하기 위한 신중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2일 플랫폼 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 당선으로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State Platform Capitalism) 기조가 강화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는 국가가 지정학적·경제적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국내 플랫폼 기업을 전략 무기화하고, 플랫폼은 자국의 국가 기관과 상호 의존성이 깊어지는 현상을 뜻한다.

이성엽 고려대 교수는 “미국 정부와 빅테크가 원팀이 돼서 글로벌 패권 경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한국 정부가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과 원팀이 돼서 AI 투자, 서비스 활성화 등을 위해 움직이지 않으면 경쟁 속 열위에 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 논의가 진전될 시 한·미 갈등이 촉발될 가능성 또한 높다. 국내외 플랫폼 간 적용에 차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에게는 교역대상국에 대해 차별적인 보복을 가능하도록 한 '슈퍼 301조' 조항 등 통상압력이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초, 정부는 공정경쟁촉진법 수립에 속도를 냈으나,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등의 반대로 입법 논의를 멈춘 바 있다.

이봉의 서울대 교수는 “플랫폼 규제는 법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라 힘의 문제”라며 “우리로서는 방어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함부로 글로벌 빅테크를 건드리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학계는 이제 규제법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이론적 영역에서 국내 플랫폼 생존과 관련한 현실적인 논의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짚었다. 자국 우선주의의 흐름을 벗어나는 것은 자칫 플랫폼 경쟁에서 자국 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이 교수는 “미국 경제학자도 이론적으로는 아메리카 퍼스트 전략이 결국 미국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고 하지만 정치 영역은 이론과 다르게 전개된다”며 “전 세계가 수년째 대립과 봉쇄, 보호 기조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만 이 같은 흐름에서 이탈한다면 미국이나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에게 기회를 더 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학계는 국가 플랫폼 전략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는데에 입을 모았다. 임기응변식 규제법 발의는 자칫 규제를 위한 규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철학을 기반으로 장기적 목표를 내다보고 규제 수립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민호 성대 교수는 “우리 정부는 티메프 사태, 딥페이크 이슈 등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규제를 강화하려는 임기응변식 움직임을 보인다”며 “유럽연합(EU)은 IT 10대 전략을 수립해 수년 동안 명확한 규제 철학에 기반해 디지털시장법(DMA)과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국가 플랫폼 전략 수립 시, 기술 변화와 비즈니스 변화를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수익성 없는 혁신 기술은 성장이 제한적이고, 기술 없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기 어려워서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국내 플랫폼의 기술 내재화, 그리고 국가적 차원에서의 활용 등을 논의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선순환 구조를 강화해야 한다”며 “현 상황에서 규제는 혁신을 위한 도전을 저해하고 산업 정체를 야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