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냉각풍선절제술, 심방세동 치료 효과 커”

분당서울대병원은 오일영 순환기내과 교수 연구팀이 한국 심방세동 환자들을 대상으로 냉각풍선절제술의 장기적인 효과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3일 밝혔다.

심방세동은 심방 내 여러 곳에서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가 발생해 불규칙한 박동을 일으키는 부정맥의 한 종류다. 초기에는 짧게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 심방세동'으로 나타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지지 않고 오래 지속되는 '지속성 심방세동'으로 진행하게 된다.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오일영 분당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

이러한 심방세동을 치료하는 방법 중 하나인 냉각풍선절제술은 심방과 연결된 폐정맥 입구를 영하 89도 이하의 온도로 얼린 풍선으로 막아 심방세동을 유발하는 비정상적인 전기 신호를 차단해 정상적인 심장 박동으로 회복시키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합병증 발생률이 낮아 널리 시행되고 있지만 아시아 지역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냉각풍선절제술의 장기 효과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었다.

오일영 교수 연구팀은 한국인 심방세동 환자 299명(발작성 심방세동 환자 150명·지속성 심방세동 환자 149명)을 2년간 추적 관찰했다. 냉각풍선절제술 이후 심방세동 재발률, 증상 개선 및 삶의 질 향상 정도와 재발 위험 요인을 분석하는 게 목적이다.

연구 결과 발작성 심방세동 환자의 71.9%, 지속성 심장세동 환자의 49.3%가 냉각풍선절제술 후 2년 동안 심방세동이 재발하지 않고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술 후 심방세동으로 인한 증상이 감소하고, 환자들의 삶의 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시술 전에는 75.5%의 환자가 가슴 두근거림, 피로, 어지러움 등 증상을 호소했다. 시술 후 2년이 지난 시점에는 이러한 증상이 있는 환자의 비율이 10.5%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냉각풍선절제술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심방세동 진단 후 시술까지의 기간과 좌심방의 크기를 제시했다. 심방세동 진단 후 냉각풍선절제술을 시행하기까지 기간이 길어질수록 심방세동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심방세동이 장기간 지속될수록 심장의 구조가 변형돼 재발 위험이 커지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좌심방이 큰 환자일수록 시술 후 재발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좌심방의 직경이 클수록 심장의 전기 신호가 불안정해져 재발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좌심방의 크기가 큰 환자들에게는 보다 정밀한 치료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일영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지역의 표준화된 심방세동 치료 방침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향후 심방세동 환자들을 위한 맞춤형 치료법 개발에 앞장서 많은 환자들이 더 나은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