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에 인공지능(AI)의 도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 중 소수만이 AI기술 배포와 활용할 준비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이버 보안·IT 인프라·데이터 분석 등 같은 전략적 영역에서 AI 투자 대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스코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4 시스코 AI 준비 지수'를 13일 공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APJC(아시아태평양·일본·중국) 지역 14개 국가에서 500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기업의 고위 비즈니스 리더 366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들의 AI 준비지수를 전략, 인프라, 데이터, 거버넌스, 인재, 문화 등 여섯 가지 주요 요소에 걸쳐 평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3%만이 AI 기술을 배포 및 활용할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포인트(P)줄어든 수치다.
시스코는 “기업들이 AI 도입, 배포, 활용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과 AI가 비즈니스 운영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와 같은 준비도 격차는 사업에 매우 치명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1년간 97%의 기업이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을 중심으로 작년 대비 AI 도입의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43%는 기업이 IT 예산의 10~30%를 AI 도입에 할애하는 등 상당한 자원을 AI에 집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사이버 보안, IT 인프라, 데이터 분석 및 관리와 같은 전략적 영역에 AI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이 기대한 성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IT 관련 인프라 구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컴퓨팅·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성능·사이버 보안 영역에서도 격차가 존재했다. 국내 기업 14%는 현재와 미래의 AI 수요를 맞출 수 있는 GPU를 보유하고 있으며, 12%는 엔드-투-엔드 암호화, 보안 감사, 모니터링, 위협 대응을 통해 AI 모델의 데이터를 보호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투자 대비 낮은 성과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지난 1년간 국내 기업 43%는 IT 예산의 10~30%를 AI 프로젝트에 투자했다. 주요 투자 영역은 사이버 보안(23%), 데이터 관리(22%), 데이터 분석(20%)이다. 이들은 목표(시스템·프로세스·운영·수익성 향상·인프라 회복력 강화·혁신·경쟁력 유지)에 대해 이득을 보지 못했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답했다.
성공에 대한 압박감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CEO와 리더십 팀으로부터의 AI 기술 도입 관련 압박이 커진 것이다. 거의 절반에 가까운 국내 기업(44%)이 최고경영자와 경영진이 AI 도입을 주도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이사회 및 투자자, 주주(25%)가 그 뒤를 이었다.
아누팜 트레한 시스코 APJC 지역 피플 및 커뮤니티 부문 부사장은 “AI 도입 경쟁이 가속화됨에 따라, 인재는 기업의 중요한 차별화 요소가 될 것”이라며 “기업들은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인재 풀에 투자를 단행하는 동시에, 민간 및 공공 부문, 교육 기관, 정부 등 이해관계자들이 협력해 지역 인재를 육성해야만 AI의 거대한 잠재력을 누릴 수 있다”라고 말했다.
남궁경 기자 nk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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