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해 규제 최소화와 데이터 개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이 약진하고 있는 가운데, AI 주권을 지키기 위해 정부 지원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14일 리걸테크&AI 포럼이 'K-리걸테크 활성화를 위한 법정책 개선 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세미나에서 학계와 업계, 정부는 리걸테크 법제의 현주소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했다.
업계는 규제가 신산업 육성을 발목 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는 산업이 충분히 성장해 경쟁이 심화되거나 독과점의 우려가 있을 때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자본시장 입장에서 K 리걸테크 시장은 아직 너무 작은 분야라 판단, 국회에서 발의된 '리걸테크 진흥법' 내 자본금 요건과 허가제를 뚫고 산업이 성장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나선 민명기 로앤굿 대표는 “산업의 성장은 시장에서 이뤄지는 것이지 제도가 산업을 성장시키지는 않는다”며 “산업의 성장이 먼저고 그 후 규제가 뒤따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규제 역차별에 대한 문제도 대두됐다. 현행 변호사법에 대한 일반적 해석은 해외 AI 사업자와 국내 리걸테크 간 역차별을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김병필 카이스트 교수는 “이미 챗GPT나 제미나이 등 다른 범용 서비스를 활용하면 생활 법률과 관련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면서 “이들을 중단시킬 의향은 없으면서 국내 리걸테크만 중단하려고 한느 것은 심각한 역차별”이라고 지적했다.
'한국형 소버린 리걸 AI'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공데이터 개방이 필수라고 꼽혔다. 글로벌 기준에 발맞춰 엄격한 국내 개인정보보호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김후곤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는 “리걸테크 산업의 성공은 결국 할루시네이션을 최소화한 정확도”라며 “우리나라의 강력한 개인정보보호 체계에 장점도 있지만,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판결문 공개 등을 전향적인 시각으로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 등의 사고를 방지하고 대응하기 위한 기술력은 과제로 꼽혔다.
이문한 김앤장 변호사는 “리걸테크 산업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해 결국 데이터의 안전한 활용이 중요하다”며 “사고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기술적 보호 조치와 피해 발생 시 배상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 외에도 정부 기관 간 협의체 설립이 리걸테크 발전 촉매제로 꼽혔다. 유관기관 협력이 세련되고 창의적인 법률 서비스를 촉진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변호사는 “법무부나 과기정통부의 업무는 기능적으로 분리돼 있는 것이기에 칸막이를 강조하면 안된다”며 “부처 간 협의체를 만들고 시장 참여자의 의견을 청취한 후 방향성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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