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플러스] 극적인 배달 상생안 마련에도 '진통'…“부담 완화” vs “졸속 합의”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이정희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위원장이 지난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2차 회의 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자료 연합뉴스〉

#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12차례 회의 끝에 상생안을 마련했지만, 일부 단체들 반발로 진통이 이어지고 있다. 중개수수료 5% 일괄 인하안을 주장하던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는 상생안에 대해 '반쪽 합의'라고 반발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온라인 플랫폼법의 추진 근거로 삼고 있다. 협의체의 상생안이 도출됐음에도 불구하고 장외 공방전으로 번지고 있다.

◇협의체 출범 115일 만에 상생안 마련…배달 플랫폼, 계획 수립 돌입

19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요기요는 내년도 상생안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지난 14일 열린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 12차 회의에서 차등수수료를 기반으로 한 각 사의 상생안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배달 플랫폼을 대상으로 최근 구체적인 상생안 시행계획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체가 채택한 상생안은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가 중개수수료를 9.8%에서 2~7.8%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내년부터 이 사업을 시행하기로 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요기요는 최고 중개수수료 9.7%에 주문 수가 늘어나면 추가 차등 수수료를 적용하는 기존 안을 유지하기로 했다.

배달 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배달 플랫폼 입점업체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가 참여했다. 입점업체 단체에서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석했다. 공익위원과 특별위원이 논의를 중재했다.

지난 7월 23일 출범한 상생협의체는 115일 만에 상생안을 마련했다. 협의체를 구성한 이후 12차례 회의를 개최한 결과다. △소비자 영수증에 수수료·배달료 등 입점업체 부담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멤버십 혜택 제공 변경)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입점업체 요구 사항에 대해 합의했다. 배달 플랫폼과 입점업체 단체의 수익과 직결되는 '수수료' 부분에서 합의에 난항을 겪다가 12차 회의에서 극적으로 상생안을 채택했다. 다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는 이에 대해 반발하면서 최종 합의라는 단어를 쓰지는 못했다.

◇일부 입점업체 단체들 반발…야당은 플랫폼 규제 명분으로 활용

상생협의체가 공식 상생안을 도출했지만 일부 입점업체 단체들은 장외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한국외식산업협회는 지난 14일 성명서를 내며 반박했다. 상생협의체에 참석하지 않은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도 나서 반대 의견을 표출했다. 특히 12차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최종 타결에 이르려고 하자 강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14일 낸 성명서에서 “이번에 최종 발표된 상생안은 최초 논의 시작 전 주문중개 수수료 6.8%보다 더 높은 7.8%를 상생안”이라고 반발했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외식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이 대부분인 상위 35%의 업주들은 인상 이전 수준인 6.8%보다 이용요율이 1%포인트(p) 올라가고, 고정액인 배달비는 무려 500원이 올라간다”고 밝혔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법 입법 지렛대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배달앱 상생협의체가 협의를 했다고는 하는데 반쪽짜리 협의가 됐다”면서 “자율 규제가 불가능하다면 결국 일정한 제재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배달업계 “지나친 쟁점화” 우려

프랜차이즈산업협회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상생안의 배달 중개수수료 인하 효과가 미비하다면서 입법을 통한 규율을 촉구할 계획이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다음 달에도 토론회를 개최하면서 배달 중개수수료 문제를 공론화한다. 온플법이나 수수료 상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산업협회 관계자는 “애초에 수수료 논의 기준을 지난 8월 인상된 수치로 적용하다 보니 인하 효과가 없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면서 “온라인플랫폼법 등 입법 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밝혔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상생안이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관계자는 “배달액 매출이 높을수록 배달앱 의존도가 큰 곳일 가능성이 높은데 오히려 수수료 인하 정도는 가장 적다”면서 “실효성이 없는 껍데기 상생안”이라고 말했다.

반면 배달 플랫폼은 상생협의체의 입장이 이번 상생안이 전반적으로 비용을 낮추는 안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배민은 “상생협의체 공익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번 상생안은 수수료와 배달비를 모두 고려했을 때 매출 상위 35~50% 업주에는 평균 비용 인하 효과가 2.3%포인트(p), 상위 50~80% 구간에는 3%p, 하위 20%에는 7.8%p 인하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협의체의 공식 상생안 도출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체들이 지나치게 쟁점을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도 내년에 상생안을 시행한다고 했으니 (결과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참여연대나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반대 입점업체 단체도) 모멘텀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