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직장 내 초과근무 수당 부정수급이 의심되는 사건을 내부 고발하면서 수사기관이 제공하는 고발장 양식대로 피고소인의 주민등록번호 등을 기재해 제출한 사안에서, 고소인이 주민등록번호 등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알린 것이 '개인정보를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를 위반했고, 따라서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게 부산지방법원 1심의 판결 요지인데, 이에 대해 기업의 문의도 많다.
관련해서 2022년 대법원은 수사기관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제출한 사안에서 2가지 중요한 판결을 선고한 적이 있는데, 첫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은 고소인 A가 조합 퇴사 시 업무상 알게 된 조합장의 개인정보를 형사고발장에 첨부해서 제출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서 대법원은 정보 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고소·고발장에 타인의 개인정보를 첨부해서 개인정보를 제출한 행위는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대법원 판결(대법원 2022. 10. 27. 선고 2022도9510 판결)은 특정 단체에 소속된 피의자 신분의 B가 타인의 입당원서를 작성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사안이다. 이 사안에 대해 대법원은, B가 타인의 입당원서를 작성자의 동의 없이 임의로 수사기관에 제출한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의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 또는 목적 외 제공이라고 판시했다.
정리하면, 퇴사자가 보유 중인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59조 제2호 위반이고, 근무자가 타인의 개인정보를 수사기관에 제출하면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위반이라는 것이다. 위 부산지방법원의 1심 판결은 2022년 대법원의 두 판결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기업은 과거 임직원이 배임 또는 횡령 등의 일탈행위를 저지르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임직원의 개인정보나 임직원 관련 서류를 무분별하게 수사기관에 제출해 왔다. 그런데 이러한 기업 관행을 유지하면 제출한 서류의 증거능력이 부정되는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방법은 3가지를 고려할 수 있다.
첫째, 피고소 임직원의 동의를 얻으면 된다. 그런데 형사처벌 당하는 상황에서 임의로 동의를 하는 사람은 흔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입사 초기나 매년 계약 갱신할 때, 이러한 사항을 대비해서 동의를 얻어 놓는 방법도 고려할 수는 있을 것이다.
두 번째는, 수사기관에게 영장 집행을 해 달라고 요청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런데 고소인 회사에 영장을 집행하는 것은 흔한 광경이 아니고, 고소인의 심리적 저항도 있을 수 있어서 현실적인 방법이 될 가능성은 낮다.
셋째, 수사기관에 관련한 자료 제출 요청을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8조 제2항 제7호는 '범죄의 수사와 공소의 제기 및 유지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목적외 이용이나 제공이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바, 고소장이나 고발장에 자료를 첨부하지 않은 채 대략적인 내용만 적고, 관련 자료는 수사기관이 제출 요청해서 기업이 제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인데, 가장 현실적인 방법으로 생각된다.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은 기업의 임직원 고소장·고발장 작성 관행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기존 관행을 빨리 버리고 대법원이 인정하는 합법적인 관행이 잘 정착되도록 미리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