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를 중단했던 머지포인트가 운영을 재개했다. '머지포인트 피해자 구제'를 표방하며 한 유통업체가 나섰는데, 미환불 예치금을 포인트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등 이전 업체들의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아 피해자들은 '끝나지 않는 조롱'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머지포인트는 온오프라인 연계 쇼핑몰 '소도몰'과 제휴, 운영을 재개한다고 최근 밝혔다. 책임자의 부재, 직원 무급 운영 등 문제로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중단 공지를 낸 지 8개월여 만이다.
이후 머지포인트는 11월 중 위치정보사업을 폐업하겠다며 고객 개인정보 파기에 대한 안내까지 마쳤는데, 같은 달 돌연 신규 업체 제휴에 성공했다며 운영을 이어가겠다고 공지한 것이다.
현재 머지포인트 플랫폼에 입점한 상점은 소도몰(소도몰), 우주스토어(엘피스컴퍼니), 리고몰(더블제이글로벌) 3곳이다. 소도몰은 우주스토어와 제휴를 통해 입점하게 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머지포인트에서 소도몰 상품을 구입하려면 그동안 환불받지 못한 예치금을 '머지코인'으로 전환하고, 이를 다시 '우주포인트'로 바꿔야 한다. 고객이 우주포인트로 예치금을 전환하면 취소 및 환불이 불가능할 수 있고, 사용 기간은 등록일로부터 1년이다.
고객들이 머지포인트로부터 받지 못한 예치금은 현행법상 선불충전금 성격에 가깝다. 개정 전금법에 따르면 해당 사례의 경우 고객에게 상품권 사용처를 축소하거나 이용조건을 변경한 것에 해당돼 잔액의 전부를 환급받을 수 있다. 고객이 예치금을 우주포인트로 전환할 경우 예치금을 상품권 구매에 사용한 것으로 간주돼 향후 머지포인트 환불 대상에서 제외된다.
머지포인트는 정상 운영을 중단한 이후 이처럼 '머지코인' 전환을 계속 유도해왔다. 머지코인 약관에는 전환 이후 취소나 청약철회가 불가능하며, 유효기간 60개월 이후에는 소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환불은 고객의 사망이나 이민 등 국내 미체류 상황에 한정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처럼 상품권 소멸시효 전 잔액 90% 반환을 고객에게 보장하지 않을 경우 불공정 약관에 해당한다.
예치금을 포기하고 물품을 구매하려고 해도 구색이 마땅치 않다. 현재 머지포인트에서는 1만원·2만원권 소도몰 상품권(우주포인트)을 팔고 있지만, 이를 통해 실제 구매가 가능한 소도몰 상품은 현재 '0개'로 나타났다.
입점한 다른 쇼핑몰들 역시 전환한 예치금은 상품 대금의 일부만 결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할인을 받아도 외부 일반 온라인 쇼핑몰 대비 훨씬 비싼 경우가 많다. 결국 물건은 더 비싸게 사면서 예치금만 날리게 되는 것이다.
머지포인트 관련 민원이 신규 입점업체 쪽으로 몰리면서 소도몰 측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머지포인트 측은 “현재 소도몰에 접수되는 대부분 CS가 머지포인트 문의로 확인됐다”며 “만족스러운 사용처를 제공해드리기 위해 더 노력할 수 있도록, 소도몰에 머지포인트 관련 CS는 자제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형두 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