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말 일몰이 예정된 반도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를 3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이 기간을 10년으로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클러스터 조성 등에 10년 이상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데 지원은 단기에 그쳐서다.
반도체 업계에서 '국가 전략 기술 세액 공제' 일몰 기한을 최소 10년 이상으로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현재 주요 반도체 기업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의 투자 계획은 최대 2043년까지 예정돼 있는데 세액공제는 올해 일몰되고, 연장안도 3년에 그친다”면서 “투자 활성화와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위해서라도 세액공제를 기업들의 투자 계획에 맞춰 지원하는 것이 필요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반도체 등 국가 안보 차원의 전략적 중요성이 인정되는 기술을 '국가전략 기술'로 지정, R&D 비용과 설비투자에 대해 최대 25%를 세액공제하고 있다. 이는 미국이나 중국 등 외국처럼 보조금이 없는 한국에서 사실상 유일한 반도체 지원책이다.
그런데 이 세액공제는 올해 말이면 종료된다. 정부는 지난 6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추진 방안'을 발표하며 세액공제 적용 기한을 3년 연장하기로 했다. 최종 시행이 되면 2026년까지 다시 혜택을 받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연장안이 기업들의 실제 투자 계획과 괴리가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투자 시점은 긴데, 세액공제 기간은 짧아 실효성은 물론 제도의 취지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란 주장이다.
실제로 삼성전자 경우 경기도 용인에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약 300조원을 투입하고 있는데, 투자 기간은 약 2043년까지다. 경기도 평택 고덕산업단지와 기흥 미래연구단지에 각각 120조원과 20조원을 투자하는 기간도 2030년까지로 예정됐다. 세액공제 기한이 3년 더 연장된다 해도 실제 투자의 상당 부분이 공제 대상에서 벗어나는 셈이다.
SK하이닉스도 120조원을 들여 용인에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데, 이 역시 장기 투자가 계획된 프로젝트다. 2027년 준공되는 공장(팹)은 1개로, 회사는 총 4개 팹을 건설할 계획이다.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업은 대규모 자본 투자를 통한 설비·시설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투자 결정 시 양산까지 최소 3~4년 이상 장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최소 10년 이상의 일관된 투자 지원 정책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반도체 관련 소부장 업계에서도 공제 연장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소재와 부품은 반도체 공장이 가동된 후에야 생산 대응을 위한 시설 투자가 이뤄진다.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이 훨씬 늦다는 의미다.
소재 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세액 공제는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높은 공제율을 지원한다”며 “소재·부품 업체들은 대부분 중소·중견기업으로 세액공제 혜택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반도체 업계 현실에 일몰 기한을 10년 연장하는 방안도 국회서 추진되고 있다. 박수영·김성원·김태년·이병진 의원 등이 2034년까지 반도체 세액공제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