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이달의 소녀 시절, 이브(Yves)를 처음 만났을 때 받은 첫인상은 ‘통통 튀는 개성이 있고, 재미있으며, 유니크하다’였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솔로 가수로 돌아온 이브는 그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약간 수줍어한다고 느낄 정도로 차분하고, 진중했으며, 내뱉는 말에서는 어떤 확고한 신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에 혹시 곡의 분위기에 따라 실제 성격이 영향을 많이 받는 타입인지 물었고, 한참을 고민하던 이브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그는 “이번 앨범에서 특히 많이 느꼈다. 예를 들어 이번 앨범에서 ‘Hashtag(해시태그)’ 같은 곡은 신나고 다이내믹한 느낌이라 나도 신나게 녹음했다. 그런데 ‘DIM(디아이엠)’은 하필 녹음하는 날 날씨도 우중충했고 가사의 느낌을 내가 받는 그런 기분을 받았다”라고 털어놓았다.
곡을 녹음할 때마다 심취하고 몰두하는 스타일. 어떻게 보면 가수로서 굉장한 장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 앨범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 말이다.
이번 EP ‘I Did(아이 디드)’에서 이브가 표현하고 보여주려 했던 음악이 과연 어떤 것인지 그에게 보다 자세히 들어보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I Did’는 ‘이브의 행복찾기’로 요약된다.
이브는 “이번 앨범은 ‘나의 행복찾기’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백기 동안 행복하게 음악하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이번 앨범이 그런 마음을 트랙별로 다 담아낸 것이니까 행복을 찾아가는 여정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이브가 막연하게 행복감이나 그에 따른 황홀경을 표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브는 ‘I Did’에 힘들고 고된 감정까지 포함한 다양한 감정을 수록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야만 진정한 행복에 다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브는 “이 앨범을 시작하기 전에 대표가 ‘네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이냐고 물어봤다. 처음에는 ‘다 좋다’고 얼버무렸는데, 계속 내가 하고 싶은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해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렇게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어 보니 그 안에 장르가 엄청 다양했다.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다가 ‘솔직함을 전하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 감정을 다양한 장르로 풀어서 음악으로 담았다”라고 ‘I Did’의 콘셉트를 설명했다.
그중에서 타이틀곡으로 낙점된 곡은 ‘Viola(비올라)’다. 그리고 ‘Viola’는 내면의 심연과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한 곡이다.
이브는 “‘Viola’에서는 내가 숨을 곳을 찾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표현했다. 이 감정은 무대 위와 무대 뒤편이 될 수도 있고, 온·오프의 감정일 수도 있다. 팬들도 충분히 그런 감정을 공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자전적 이야기를 쓰려고 한다.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은 ‘평온함’이다. 그래서 이 앨범을 만들면서 다양한 감정을 노래했는데, 인트로와 아웃트로가 행복을 찾기 위해 마주하는 불안함, 혼란이다. 또 쭉 듣고 있으면 평온함이 느껴지는 트랙도 있다. 팬도 내가 느낀 감정을 느끼면 좋겠다”라고 앨범과 곡을 더욱 깊게 즐길 수 있는 팁을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이브가 실제로 평온함을 느낄 때는 언제일까.
이 물음에 이브는 “내가 할 일을 잘하고, 본업을 잘 마치고, 하루를 열심히 살고, 집에 들어왔을 때 평온함을 느끼는 것 같다”라고 견실하지만 다소 뻔한 답을 내놓았다.
이브가 이런 결론을 내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브는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있으며, 이 때문에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브는 “내가 롤모델이 자주 바뀌는 편이다. 그때그때 감정에 따라 위로를 주는 아티스트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지드래곤이 그렇다. 지드래곤이 방송에서 ‘항상 이기려고만 했는데, 이제는 지는 것도 인정한다’고 하더라. 그 말이 내가 가진 고민에 큰 답이 됐다. 나는 아직 한참 모자라지만 완벽주의 성향이 있어서 나를 갉아먹기도 했다. 그런데 지드래곤의 말을 듣고 조금 여유가 생겼다. 나를 혹독하게 다루던 것을 양보하고 조금 내려놓는 것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몰아붙이다가 잘하는 것도 망친 적이 있다. 그래서 좀 더 내려놓으려고 했다”라고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의 중요함’을 설파했다.
그리고 이브는 그렇게 자신을 조금 더 내려놓은 덕분에 한층 유연하고 다채로운 음악 활동을 할 힘을 얻었다.
이브는 “내가 추구하는 아티스트가 음악도 패션도 트렌디하게 느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자 한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다양한 옷을 입어보듯이 다양한 장르를 입어보려고 한다. 그것이 솔로 가수로서 내 장점일 것 같다”라고 자평했다.
이와 더불어 조금 의외인 점은 이브는 아이돌의 이미지를 지우기보다 계속해서 가지고 가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이브는 “나는 오히려 (아이돌이) 가지고 가야 할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음악적으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메이크업도 과감한 시도를 많이 했다. 계속 새로운 모습만 보여주면 거리감을 느낄 것도 같다. 그래서 ‘아이돌 이브’가 가지고 있는 장난스러움과 친근함을 계속 가지고 가고 싶다”라고 말해 아이돌로서의 이브의 매력도 계속될 것을 예고했다.
이어 그는 “솔로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다양한 장르에 도전한 만큼 리스닝 파티 같은 느낌으로 만들려고 한다. 커버곡도 많이 준비해서 해외팬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앨범을 만들고 나오는 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작업이다 보니까, 팬이 오래 기다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세트리스트를 통해서 무대를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덧붙여, 이브의 모든 것을 풀어낼 무대를 준비하고 있음을 알렸다.
올 한 해 이브는 5월 솔로 데뷔작 ‘LOOP(루프)’의 발매를 시작으로 8월 싱글 ‘Tik Tok(틱톡)’ 발매, 이번 ‘I Did’의 발매까지 쉼 없이 활동을 이어왔다. 마치 그동안 공백기의 아쉬움을 떨쳐내려는 것처럼.
이브는 “올해 끝자락에 내는 앨범인 만큼 정말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생각이 크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많은 사람이 연말이 되면 기분이 묘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럴 때 들으면 위안을 받는, ‘I Did’가 그런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바람을 전했다.
전자신문인터넷 최현정 기자 (laugardag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