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통신요금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요금의 절반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유무선 결합상품의 경우 가장 저렴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통신업계는 가계통신비 착시를 줄이기 위해 새로운 통계지표 구축과 단말기 할부금 분리가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25일 OECD가 최근 발표한 '디지털경제전망 보고서 2024'에 따르면 음성·문자·데이터 사용량 기준 한국 이동통신 요금이 OECD 38개국 중 최대 2번째에서 최소 10번째로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는 이동전화와 데이터를 결합한 바스켓 요금구간을 국가별 물가·소득수준 차이를 제거한 구매력평가(PPP) 환율로 환산했다. 이에 따르면 '900통화+데이터 2GB'의 경우 우리나라 요금은 7.6달러로, 프랑스에 이어 두번째로 저렴했다. OECD 평균은 20.1달러다. 직전 조사인 2015년 19위였던 것과 비교해 17계단 올라섰다.
'100통화+데이터 500MB' 국내 요금은 7.3달러로 OECD 국가 중 4번째로 저렴했다. 38개국 평균 요금 14.6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이번에 처음 신설된 '900통화+데이터 10GB' 구간도 한국은 14.9달러로 10번째로 요금이 저렴했다.
초고속인터넷과 유무선 결합상품 요금도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인터넷과 TV, 유선전화 3종 결합상품의 저사용 바스켓 요금은 21달러로 조사 대상 국가 중 가장 저렴했다. OECD 평균은 63.9달러로 3배에 달한다.
OECD가 9년 전 내놓은 보고서에서 국내 통신요금 순위가 8~19위였던 점을 감안하면 다른 국가 대비 통신비 인상폭이 낮다는 결론이다. OECD는 “한국의 5G 네트워크 커버리지와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에 따른 요금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 OECD 조사 결과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내세운 우리나라 정부 기조와는 다소 온도차가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2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은 12만3989원으로 소폭 증가세다. 이에 정부는 이통 3사 대상으로 통신비 부담 경감에 적극 나설 것을 주문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단말 가격이 통신비에 포함되면서 착시현상이 나타났다는 입장이다. 통신요금은 감소했지만 고가 휴대폰 구매 할부금이 통신비를 올리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앞서 김영섭 KT 대표는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가격 상승이 통신비 부담에 영향을 주고 있냐는 질의에 “통신비는 단말기 가격까지 포함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그런 면이 없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보다 정확한 가계통신비 파악을 위해 이번 OECD 보고서와 같이 바스켓 방식의 새로운 통계지표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정밀한 통신비 측정을 위해서는 사용량·속도·결합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도 시장 괴리를 줄이기 위한 한국형 바스켓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교한 가계통신비 정책 마련을 위해 통신소비에 대한 정량적·체계적 통계체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박준호 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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