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버스 'A321 XLR'의 도전장...환승 허브공항 문닫을판

운항거리 8700㎞에 최대 11시간 비행
이달부터 마드리드~보스턴간 운항 시작
기존 대도시 공항 환승없이 도시간 이동
항공사들로부터 500여건이상 주문 쇄도
이달부터 운항이 시작된 에어버스의 A321 XLR 기종. 〈사진=연합뉴스〉
이달부터 운항이 시작된 에어버스의 A321 XLR 기종. 〈사진=연합뉴스〉

에어버스의 새로운 항공기 모델 A321 XLR이 초대형 글로벌 허브 공항들의 입지를 약화시킬 '게임 체인저'로 떠오르고 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3일(현지시간) A321 XLR이 기존의 비행 방식을 변화시키고 영국 런던 히드로 공항과 같은 대형 공항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A321 XLR은 겉모습상 유럽 단거리 항공편에 사용되는 단일 통로 제트기와 크게 다를 바 없지만, 기존 단거리 항공기보다 약 1시간 30분 더 비행할 수 있는 추가 연료탱크를 장착해, 비행 가능 거리가 1200㎞ 늘어났다.

이를 통해 A321 XLR은 런던에서 인도 델리보다 더 먼 8700㎞까지 연결할 수 있으며, 비행시간도 10시간에서 11시간까지 확장된다. 모델명 XLR은 'Extra Long Range'(초장거리)의 약자이다.

A321 XLR은 2017년 상업 운항을 시작한 A321neo의 진화형 모델로, 기존 A321neo에 비해 연료탱크를 추가해 비거리를 늘린 LR 버전의 후속작이다. XLR의 핵심 기술은 3000갤런의 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혁신적인 연료탱크 설계로, 기존 화물칸을 연료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추가 연료를 장착하면서도 운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A321 XLR은 최대 244명까지 탑승할 수 있지만, 이베리아 항공은 비즈니스 클래스 14석을 포함한 182석으로 운용하고 있다. 또한 이코노미석은 대형 항공기와 동일한 공간과 12인치 화면을 제공한다.

이 항공기의 가장 큰 특징은 소형 단일 통로 항공기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대형 항공기를 채우기 어려운 소형 공항에서도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A321 XLR은 이미 항공사들로부터 500건 이상의 주문을 받았다.

스페인의 이베리아 항공은 A321 XLR의 첫 고객으로 지난 14일 마드리드에서 미국 보스턴으로의 운항을 시작했다. 아일랜드의 에어링구스 역시 더블린에서 내슈빌과 인디애나폴리스로의 비행을 계획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A321 XLR의 직항 서비스가 여행객들에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예상한다. 기존의 대도시 공항을 거쳐야 했던 비효율적인 여행 루트를 단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항공 분석가 닉 커닝엄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요 허브 공항을 경유하지 않고 2차 도시간 직항으로 비행할 수 있다면 훨씬 더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A321 XLR의 등장으로 히드로 공항,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등 환승 허브 공항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 공항은 연결 항공편 승객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A321 XLR은 또한 보잉에게도 큰 도전 과제가 될 전망이다. 보잉은 A321 XLR의 비행거리와 경쟁할 수 있는 항공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가장 큰 737 맥스10 기종도 비행거리에서 1800㎞ 부족하다.

김태권 기자 tk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