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선고는 내년 2월 3일 내려질 예정이다.
검찰은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 13부 심리로 열린 이 회장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들은 경제 정의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고 합병에 찬성하는 것이 국익을 위하는 것이라고 주주들을 기망했다”라며 이같이 구형했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이 훼손한 것은 우리 경제의 정의와 자본시장의 근간을 이루는 헌법적 가치”라며 “합병 당시 주주 반발로 합병 성사가 불투명해지자 합병 찬성이 곧 국익 위한 것이라며 주주들을 기망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판결은 앞으로 재벌기업 구조 개편과 회계처리 방향에 기준점이 될 것”이라며 “면죄부가 주어진다면 지배주주들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위법과 편법을 동원해 이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합병을 추진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사외이사들은 형식적 검토로 거수기로 남을것이며 거대자본에 종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찰은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에 각각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5억원,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에 징역 3년에 벌금 1억원을 구형했다.
검찰의 구형이후 변호인단은 “검찰은 항소심에 이르러 자본시장법위반 16개 혐의 중 9개 공소장을 변경했다”며 “무리한 기소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원에 “법리를 따져 억울하지 않게 현명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1심에서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안도감보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며 “삼성과 제게 주신 애정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며 회사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고 말했다.
항소심에 대해서는 “저와 회사경영을 되짚어보는 귀한 시간”이었다며 “삼성에 대한 높은 기대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이 아닐까 싶어 오래 자책했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은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제 이익을 취하거나 투자자들을 속이는 건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더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겠다”며 “제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허락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 회장 등 피고인 14명은 이 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하며 회계 부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을 비롯한 피고인들은 2020년 9월 기소돼 3년 5개뭘 만인 올해 2월, 1심에서 19개 혐의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신영 기자 spicyzer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