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판 깔아준 보험상품 '절판마케팅'…소비자 피해 우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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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상품에 대한 동시다발적 개편이 추진되자, 소비자 조급함을 유발해 가입을 권유하는 절판마케팅이 횡행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급격한 개입으로 사실상 판을 깔아준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영업 현장에선 내년 개편되는 보험상품에 대한 절판마케팅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현재 SNS 등 온라인에서도 'XX보험 가입 타이밍', '지금 가입해야 하는 이유' 등 자극적인 문구 보험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년 수정이 예고된 상품은 최근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던 무·저해지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이 대표적이다. 무·저해지보험은 계약을 중간에 해지할 때 해지환급금이 없거나(무) 적은(저) 대신 보험료가 기본형 상품보다 10~30%가량 저렴한 보험을 말한다. 단기납 종신보험은 기존 20년 이상으로 길었던 종신보험 납입기간을 5·7·10년 등 절반 이상 단축한 상품이다.

금융위와 금감원 주도로 개최되고 있는 보험개혁회의는 이달 초 보험사마다 달랐던 무·저해지보험과 단기납 종신보험 계리가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회계상 적용되는 해지율이 회사별로 제각각이자 이를 현실화한 조치다.

업계는 가이드라인 적용시 내년 상품 개정때 무·저해지보험 보험료는 상승하고,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은 시장금리 및 예정이율 인하와 맞물려 하향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개혁회의도 가이드라인이 보험료 상승 요인으로 작용해 단기적으로 소비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보험사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이지만, 상품 메리트가 떨어지면 소비자가 가입할 유인이 줄어들게 된다. 보험설계사 입장에선 소구력 있는 상품에 판매 기한이 생겨버린 셈이다. 이를 강조해 보험을 판매하는 것이 영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소위 암뇌심(암, 뇌혈관, 심혈관) 3대 주요 치료비 담보에 판매 중지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절판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이틀간 막바지 판매 경쟁이 펼쳐지면서 다수의 보험사 언더라이팅(인수심사) 부서가 가입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야근을 감수했다는 후문이다.

문제는 여러 보험상품에 대한 개정·개편이 단기간 동시에 추진되면서, 영업현장과 소비자에게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소비자가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해 볼 겨를도 없이 계약을 체결할 수 있을뿐더러, 설계사는 한명이라도 더 가입시키기 위해 설명을 간소화할 가능성이 크다. 향후 불완전판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그동안도 금융당국에서 상품 심사를 해왔지만, 최근 다방면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시장에선 이미 '당국이 규제하면 소비자에게 좋은 상품'이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