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와 예술은 오랫동안 기술과 함께 성장했다. 인쇄술 덕분에 책이 탄생하고 출판 산업이 발달했으며, 영상과 공연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창작이 성행했다. 기술은 인간 상상력을 현실로 바꾸고 이를 많은 사람에게 선보이는 중요한 힘이 됐다.
최근 생성형 인공지능(AI) 출현은 문화·예술과 기술의 공생 관계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인간만이 가능했던 창작 활동을 생성형 AI가 빠르고 놀라운 성능으로 달성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을 압도했다.
크리에이터와 아티스트의 구분이 모호하지만, AI 기술은 크리에이터 영역에서 인간을 돕는 도구·기능적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인간 창의성 실현을 도와주는 또 하나의 접근방식으로 정의된다.
오노마에이아이는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생성형 AI가 웹툰 창작 영역에서 작가들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웹툰 작가들이 직면한 문제를 크게 세 가지로 정의한 것이 그 시작이다.
우선 웹툰 제작 공정이 전문화·세분화돼 작가 혼자서 작품을 연재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리고 작품 연재에 있어 PD(Program Director) 역할이 필수다. 다년간의 경험과 지식이 쌓인 PD는 구하기 쉽지 않다. 마지막으로 플랫폼이 선호하는 작품을 연재해야 하는데, 이는 작품 다양성을 제한한다.
세 가지 문제는 쉽게 해결하기가 어렵다. 기술적 요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해결의 물꼬를 틀 수 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1인 작가가 웹툰 작품을 연재하는 구조를 만들려면 생산성 향상, 숙련된 보조자 등이 절실하다. 이는 생성형 AI가 잘 수행하는 일이다. 웹툰 작품 기획부터 작품 제작까지 분업화된 웹툰 제작 공정 각 단계에서 생성형 AI 도움을 받는다면, 1인 연재가 안 될 일만은 아니다.
PD 역할과 플랫폼이 선호하는 작품 여부는 생성형 AI가 어떤 데이터로 학습하느냐에 따라 성능 차이가 확연히 다르다. 다만 생성형 AI 기반 웹툰 제작 보조 서비스를 개발하면서 웹툰 데이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꼈다.
작가를 돕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려면 작품 의도를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양질의 웹툰 데이터로 멀티모달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생성형 AI 알고리즘을 적용하더라도 웹툰 데이터가 없으면 웹툰 작가들이 사용할 서비스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결국 데이터 확보가 중요하다. 저작권 문제로 웹툰 데이터를 학습에 쓰는 것은 작가들의 전향적인 협조가 선행돼야 한다. 세계적으로도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은 문제이긴 하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도 선제로 웹툰 시장을 선점하는 생성형 AI 기업이 출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작가 동의를 얻어 데이터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면, 웹툰 종주국으로써 산업 영토를 해외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오노마에이아이는 작가 홀로 웹툰 작품을 연재하는 서비스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고강도 노동집약적 활동을 요구하는 웹툰 창작 세계에서 똑똑한 AI가 작가 고충을 덜어주는, 그래서 작가들이 저녁이 있는 삶을 살고 문화·예술과 기술이 공생하는 생성형 AI의 성공 사례가 되고 싶다.
생산성 향상으로 일주일 걸리던 1화 제작 시간을 3일로 단축한다면, 작가들이 더욱 다양한 웹툰 작품을 연재해 선택의 폭이 넓어지니 독자들도 환영할 것이다. 생성형 AI의 역할과 작가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된다는 전제하에 모두가 '윈윈'하는 해결책은 허황된 꿈이 아닌 조만간 경험하게 될 현실이 된다.
송민 오노마에이아이 대표 min.song@onomaa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