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이 제안한 휴전안에 대해 “우크라이나가 재무장할 시간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일(현지 시각) 타스 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부장관은 이날 수도 모스크바를 방문한 씨야트로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서방은 우크라이나의 숨통을 틔워주고 다시 한번 현대식 장거리 무기로 재무장할 기회를 주기 위한 수단으로 휴전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며 휴전안이 곧 평화로 가는 길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은 2년 넘게 '젤렌스키 공식'에 따라 러시아를 배제하고 러시아에 대해 논의해 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젤렌스키 공식'은 우크라이나 영토 복원과 러시아군 철수, 기존 국경 회복 등의 내용을 담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평화 공식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휴전안 자체를 거부한 것은 아니다. 라브로프 장관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말했듯이 우리는 솔직히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당사자의 정당한 이익을 고려한다면 우리는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앞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간 '영토 전체 탈환'을 고수하던 입장을 바꾸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승인된다면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수복하지 못하더라도 휴전 협상에 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일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자국군이 영토 전부를 탈환할 힘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승인받아 러시아 침공을 억제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휴전에 동의하겠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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