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6시간만에 계엄 해제…'탄핵·책임론' 뇌관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안건은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진=최기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표결이 이뤄지고 있다. 안건은 재석의원 190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됐다. 사진=최기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통해 정치적 반전을 노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야당을 중심으로 하야나 탄핵 주장이 강하게 언급되는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는 대응 방안을 두고 계파 갈등의 조짐이 보인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10시 15분경 긴급브리핑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국회 경찰이 국회 경계를 감쌌다. 곧이어 계엄군이 차량과 헬기를 통해 국회 경내에 진입했다.

계엄 선포 이후 국회는 빠르게 움직였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빠르게 입장문을 발표한 뒤 즉각적인 상황 전파를 통해 국회의원들을 최대한 국회 본청으로 끌어모았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사회민주당, 기본소득당 등 다른 야당 의원들도 빠르게 국회로 집결했다. 특히 일부 야당 의원은 이날 저녁 지역구에 방문했다 계엄령 선포 소식을 들은 직후 곧바로 다시 상경하기도 했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일찌감치 국회로 복귀해 의장실에서 야당 의원들, 참모진 등과 함께 대책을 모색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계엄군의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 계엄군의 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사진=최기창 기자

이 과정에서 야당 당직자·보좌진들은 국회 본청에 진입하려는 계엄군과 몸싸움하며 대치하기도 했다. 이들은 본청 창문을 깨면서까지 진입을 시도한 계엄군에 맞서 의자와 테이블, 소화기 등 각종 도구를 통해 이를 저지했다.

반면에 여당은 소집 과정에서 혼선이 있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등은 사실상 계엄에 반대 의사를 표시한 뒤 의원들의 국회 본청 소집을 요구했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 등은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회의를 개최했다. 이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일부 여당 의원들만 본회의장으로 향했다.

결국 4일 12시 59분경 여야가 모두 참여한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90명 전원이 찬성해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되며 사태는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계엄군도 비상계엄 해제안 가결 동시에 국회에서 물러났다.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나지 않았다. 헌법 77조에 따르면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 대통령은 이를 해제해야 하지만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야 한다는 세부 법률 조항 탓이다. 우 의장과 야당 의원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본회의장에서 지속해서 대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긴급성명을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요구 결의안 통과 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윤 대통령은 4일 새벽 4시25분경 계엄령을 해제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국무회의에서 계엄령 해제가 의결되며 21세기 첫 계엄령은 일단락됐다.

정치권은 초유의 계엄령 사태에 대한 책임론을 두고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야당은 이번 계엄령을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번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발표 이후 취재진에 “계엄을 해제한다고 해도 내란죄를 피할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더 이상 정상적 국정 운영을 할 수 없음이 온 국민 앞에 명백히 드러났다”며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즉시 하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야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국가 비상사태를 만든 사람은 어느 누구도 아닌 바로 대통령”이라며 “이는 내란이다. 군사 반란이다. 윤 대통령 자신이 바로 반국가세력이다. 해가 뜨면 즉각적으로 대통령 직무를 정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도 “개혁신당은 탄핵이라는 불행한 사태가 반복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면서 “그러나 오늘의 이 사태를 봤을 때 탄핵이 아니라 더 강력한 처벌을 해도 모자란 미치광이 짓을 대통령이라는 윤석열이라는 작자가 지금 벌이고 있다. 개혁신당도 즉각 이런 미치광이 윤석열을 끌어내려야 된다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4일 새벽 여의도 당사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뒤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여당 내 셈법은 다소 복잡하다. 이른바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친한(친 한동훈)계와 친윤(친 윤석열)계가 다른 반응을 보인 탓이다. 여당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출당·탈당 요구 등에 대한 언급도 나오는 모양새다. 특히 친한계에서는 계엄 책임자에 대한 책임론 등이 직접적으로 거론됐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 계엄 해제 발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오늘의 참담한 상황에 대해 송구하다. 대통령이 직접 소상히 설명해야 한다”며 “이번 계엄을 건의한 국방부 장관을 즉각 해임하는, 책임 있는 모든 관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전말에 대해서 상세히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경제·외교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집권 여당으로서 할 일을 하겠다”고 했다.

반면에 친윤계로 분류되는 추경호 원내대표는 말을 아꼈다. 추 원내대표는 “8시에 다시 비상의총(의원총회)을 개최하겠다. 의총에서 여러 상황을 논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했다. 또 “대립되는 의견에 대해서 의총을 통해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기창 기자 mobyd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