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갈륨 수출 제한, 韓 반도체 업계 불똥…“美 공급 차질 우려”

GaN 전력 반도체 웨이퍼(사진=인피니언)
GaN 전력 반도체 웨이퍼(사진=인피니언)

미·중 갈등으로 시작된 갈륨 수출 통제가 한국 반도체 업계로 불똥이 튀고 있다.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첨단 반도체 원료인 '갈륨'을 미국에 공급하지 못 하도록 하자 이 갈륨으로 반도체를 만들어 수출해온 국내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는 것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질화갈륨(GaN) 웨이퍼 및 반도체 기업 주요 고객사들이 갈륨 수급 문제를 점검하고 나섰다. 이들은 △중국산 갈륨 사용 △중국 현지 가공 △주요 공급망에 대한 중국 투자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중국이 지난 3일부터 갈륨과 게르마늄, 흑연 등의 원재료 미국 수출을 본격 통제하면서 영향 여부를 점검하는 것이다. 한 GaN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본격적인 공급망 위기가 감지됐다는 것”이라며 “고객사에서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고 밝혔다.

GaN은 고효율 전력 반도체와 고성능 무선주파수(RF) 반도체 등을 만드는 데 쓰인다. 반도체는 주로 실리콘(Si)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나 갈륨 화합물이 내열성과 내전압성이 우수해 차세대 반도체로 손꼽히고 있다.

GaN 반도체의 핵심 소재인 갈륨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산 갈륨이 GaN 반도체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의미다.

업계는 이번 중국 조치로 지난해 수준 이상의 공급망 타격을 예상했다. 중국은 미국이 첨단 반도체 기술의 대(對) 중국 수출을 규제하자 지난해 8월부터 갈륨 수출을 통제한 바 있다. 이후 올해까지 갈륨 가격은 2배 가까이 상승했고, 납기(리드타임) 역시 평시 대비 3~6개월 늘었다고 업계는 평가했다.

중국의 갈륨 수출 통제는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단순 소재 뿐 아니라 갈륨이 들어간 부품이나 최종 사용자(고객)까지 통제, 미국에 수출될 경우 공급을 차단할 공산이 크다.

'도미노식' 피해 확산도 우려된다. 갈륨 수급 난항에 따라 GaN 반도체·웨이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고, 이 반도체가 적용된 전기차 충전기 사업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국내에서 개발하는 주요 GaN 반도체 다수는 전기차 급속 충전용으로, 최종 사용자 통제에 따라 미국 수출이나 미국 현지 사업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 또 다른 수요처인 RF 반도체 역시 군수용이 많아 중국산 갈륨 수급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국내 업계의 갈륨 재고는 6개월 수준”이라며 “당장은 재고를 활용할 수 있지만, 향후 공급처를 바꾸거나 제품 가격 전략을 수정하는 등 대응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갈등 일지
반도체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갈등 일지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