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한·이·조 대권 주자 혈투…잠룡들도 전면 부각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대선시계도 빨라지기 시작했다. 탄핵정국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대선 대결 운명도 판가름 날 전망이다. 여기에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그동안 잠행을 거듭하던 인사들까지 하나둘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대선 정국을 앞둔 정가도 발걸음이 바빠질 전망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공동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향후 정국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 비상계엄 선언 사태 이후 당 중진들과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지만 탄핵안 표결 무산 이후 당내 존재감은 한층 커진 모양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사태로 2선 후퇴를 밝히면서 친윤계의 당내 입지가 좁아진 데 따른 영향이다. 한 대표는 정책, 향후 정부 운영 방안 등에 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것으로 관측된다.

현 상황은 한 대표의 정치력을 시험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산적한 국정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데 결과에 따라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가 결정될 수 있다.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한동훈 대표를 크게 앞서 있다. 이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게엄' 선포후 탄핵 투쟁 전면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재 대권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탄핵 성사가 마지막 관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탄핵안 부결을 조기에 해결하지 못하면 사법리스크에 다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5일 공직선거법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았다. 공직선거법은 6·3·3 재판 기간 규정이 있다. 사법리스크를 해소하거나 차기 대선 시기를 앞당기지 못하면 대선 출마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당에 대한 비판 수위를 한층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조 대표는 7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투표 불성립'으로 자동 폐기되자 “을사오적처럼 갑진백적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여당을 비판했다.

조 대표는 이번 사태 이후 여당 압박 최일선에 서서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특히 야권 연대에 앞장서는 등 정치력 측면에서 한층 성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녀 입시 비리' 등 혐의로 하급심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상황에서 앞두고 있는 12일 대법원판결에 따라 정치생명이 결정될 수 있다.

이밖에 여권에선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야권에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범여야권의 차기 대권 잠룡도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오 시장은 6일 이번 정국과 관련해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선 “무책임하다”며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수습책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책임총리제 전환'과 '비상관리 내각 구성'을 여야에 제안했다.

홍 시장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를 '두 용병'이라고 지칭하며 “철부지 용병에게 사태 수습을 맡길 수 있겠나?” “당 꼬라지하고는” 등 초강경 발언을 쏟아 내고 있다. 홍 시장은 거국내각을 구성해 책임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단축 개헌을 선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야권에선 친문(친문재인)·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리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치무대 전면에 재등장했다.

지난 6일 귀국일성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를 비판하며 대한민국 위기 상황 해소를 위한 역할을 강조한 데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국정 타개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김 전 지사는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을 끌어나갈 수 있는 정당을 함께 만들 수 있다면 그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도 SNS를 통해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주인은 국민”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고 비판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7일 윤 대통령 탄핵 찬성 입회에 참석해 “국민의힘 의원들은 역사의 책임을 회피하지 말기를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지사는 “지사로서 일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애국시민과 함께하면서 윤석열 조기 탄핵에 대해서 목소리를 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