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배터리 제조사 노스볼트가 존폐 기로에 놓였다. 지난 2016년 설립된 노스볼트는 유럽 최초로 전기차용 이차전지를 생산, '유럽 배터리 독립'의 상징으로 여겨졌으나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다가 최근 파산 신청했다.
노스볼트가 파산에 이르게 된 원인은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른 배터리 업황 악화와 무리한 확장 투자 등 복합적이다. 그러나 가장 치명적 이유로는 저조한 생산 능력, 즉 수율이 꼽힌다. 노스볼트의 스웨덴 셸레프테오 공장은 배터리 연간 생산 능력이 최대 16기가와트시(GWh)지만, 실제 생산량은 1GWh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대로 쓸 수 있는 제품보다 버려지는 게 많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노스볼트가 양산에 어려움을 겪은 근본적 이유로 기술 한계를 지적한다. 배터리는 전기전자와 화학이 결합된 기술이고, 또 양산 과정에서 수많은 변수를 해결 및 관리해야 하는데 경험이 없는 신생 업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다가 위기를 맞은 것으로 보고 있다.
노스볼트 사례에서 배울 수 있는 건 기술 확보의 중요성이다. 연구개발 단계의 성과만 믿고 뛰어들었다가는 실패로 끝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최근 원통형 배터리나 전고체 전지와 같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불붙고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는 인화성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하며 화재 위험성을 낮춰 '게임 체인저'로까지 불리며 배터리 업계 뿐만 아니라 완성차 업체도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차세대 배터리도 중요한 것은 역시 양산성·경제성이다. 기술이 충분히 확보되거나 성숙되지 않은 상황에서 희망만 갖고 무리하게 추진하면 노스볼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양산을 위한 속도 경쟁보다는 기술 완성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최근은 배터리 업황 위축으로 대규모 자금이 수반되는 양산 투자는 더욱 보수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는 걸 유념해야 한다.
이호길 기자 eagle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