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모래 놀이터를 찾기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위생, 안전 문제가 대두되며 우레탄 놀이터가 대세로 자리 잡았다. 깔끔한 우레탄 바닥 놀이터 덕에 길고양이 배변, 잡초 등 까다로웠던 모래 놀이터 이물질 문제가 해결됐다.
금융권에서는 다른 의미의 모래 놀이터 소멸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노는 모래사장처럼 잠시 규제를 풀어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험해보라는 '규제샌드박스'가 사라지고 있다. 물론 제도 자체는 존재한다. 하지만 '샌드박스'에서 놀아야 할 플레이어가 극히 일부에 한정되며 샌드박스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토큰 증권(ST) 업계가 대표적이다. 몇 년째 법안이 통과되지 않아 혁신금융서비스를 지정받아야 하는 ST 업체 중 올 3분기 금융위원회 혁신금융서비스에 선정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지난 9일 발표된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금융서비스에 선정된 10개 서비스 중 중소 핀테크 업체는 전무했다, 신청된 140여개 서비스에 대한 추가 심사가 진행 중이지만, 초기 지정 사업자가 시중 은행과 보험·증권사 등 '레거시 금융'에 치중됐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안정성을 중시하다 보니 혁신적인 서비스를 시험해야 할 샌드박스 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한탄했다.
진정한 샌드박스 의미를 되새길 때다. 몇 년 전부터 놀이터 합성고무 바닥을 다시 모래로 바꾸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들이 모래를 가지고 놀며 상상력을 기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아이들은 다시 두꺼비집을 짓고 모래로 기상천외한 성을 쌓아 올리고 있다. 안전만 고집하며 모래에 발도 못 디디게 하기보다 더 안전한 환경을 고민하며 샌드박스를 운영할 때, 진정한 혁신의 싹을 틔울 수 있다.
정다은 기자 dand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