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를 이끌 차기 협회장 선출 작업이 시작됐다. 현 고한승 회장의 세 번째 연임이 조심스럽게 점쳐지는 가운데 규모 있는 바이오텍들의 도전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협회는 임원사 추천위원회를 열고, 회장을 비롯한 이사장사 등 임원사 추천을 받고 있다. 추천된 후보군은 내달 24일 이사회 총회에서 논의해 최종 선임할 예정이다.
차기 바이오협회장으로 가장 유력한 후보는 현 협회장인 고한승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사장)이다. 13년간 삼성바이오에피스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최근 정기인사에서 삼성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는 협회 입장에선 고 회장 역량과 함께 '삼성'이라는 브랜드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 체제 유지가 최상의 결과로 보고 있다. 비록 삼성전자로 소속을 옮겼지만 미래사업기획단이 바이오를 포함해 미래사업 발굴을 책임지는 자리인 데다 회장사로 삼성전자까지 내세울 수 있다는 점은 오히려 협회 가치를 높일 기회라는 것이다.
'고한승 체제'에서 협회가 성장을 거듭해 왔다는 점도 세 번째 연임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바이오협회 회원사는 고 회장 취임 첫해인 2021년 498개였는데, 이달 기준 659개로 160개 이상 늘었다.
특히 취임과 동시에 매주 한 번씩 2~3명의 바이오 최고경영자(CEO)와 미팅하며 각종 현안을 공유하는 소통 리더십을 보여 왔다. 현재까지 이 같은 미팅은 총 87회 진행했으며 만난 CEO만 300명에 육박한다. 여기에 삼성바이오에피스라는 든든한 회장사를 확보해 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시험, 중소 바이오 기업 대상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컨설팅 등 사업을 지원한 것도 협회장 리더십으로 꼽힌다.
관건은 본인 의지다. 고 회장 소속은 이제 삼성전자로 바뀌었다. 삼성전자가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로 꼽고 투자를 아끼지 않지만 산업계를 대표하는 맏형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점은 개인뿐 아니라 회사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사업 부진 등으로 실적과 주가 등이 하락해 주주 불만이 큰데다 다른 바이오 업체들도 대표성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현재 임원사 추천위원회에는 다수 바이오 기업 CEO가 차기 협회장으로 추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 회장 외에도 대기업 계열 바이오·제약 회사 대표가 이름을 올렸으며, 중견·중소 바이오텍 중에서도 협회장 도전장을 내민 CEO가 다수인 것으로 전해졌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과 기술개발 등 성과가 두드러지면서 바이오협회 위상도 높아졌다”면서 “자연스럽게 협회장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는데, 현 회장사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지만 대기업 바이오·제약기업 역시 도전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총회까지 가봐야 결론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