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 국가 경제 동맥 '기간산업'의 공진화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전력, 철강, 석유, 교통, 통신, 건설 등 기간산업은 국가 경제의 버팀목으로, 경제 안정화를 책임지는 동시에 성장에도 필수적 역할을 한다. 경제의 원활한 작동을 지원하며, 전기·수도와 같은 필수 재화의 경우 안정적 공급 및 운영을 통해 대한민국의 일상을 지탱해주고 생활수준 향상에 기여한다. 기간산업을 기초산업이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기간산업은 타 산업군 대비 대량 생산능력이나 기술적 축적, 파급력 측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자본 집약성이 높기 때문에 신생 기업에 의한 대체가 거의 불가능하다.

4년 전 코로나19 여파로 국가경제 축을 구성하는 기간산업 주체들이 전반적 침체를 겪으며 위기에 직면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였고 기간산업 중추기업들은 미래 먹거리 발굴 및 신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코로나19가 태동시킨 수많은 변화들이 뉴노멀로 자리잡은 현재, 기간산업은 4차 산업혁명, 글로벌라이제이션(세계화)이라는 파도 속에 공진화 전략을 등에 업고 진화하고 있다.

공진화(coevolution)는 거대한 생태계에서 둘 이상의 그룹 간에 상호 연관된 진화가 일어나는 것을 뜻하는 진화생물학적 개념이다. 산업에서 공진화 전략은 기간산업 비즈니스 핵심 포인트로 주목받으며 서로 다른 산업, 여러 업종 간의 협업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 전후방 연쇄 효과 및 상생 도모를 의미한다.

기간산업 비즈니스의 공진화 전략 사례로 철강 산업을 들 수 있다. '철의 역사는 곧 인류의 역사'라는 말처럼 전 시대에 걸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철강 산업은 건설, 자동차, 가전, 항공 등 다양한 산업과 협력하며 연쇄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국내를 대표하는 한 철강 기업은 항공기 제조사와 고강도 경량 합금을 개발해 기존 철강 대비 항공기 연료 효율성을 높이고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는 철강 기업의 경량 소재 시장성 확보 및 첨단 소재 산업으로 포지셔닝을 확장하는 기회로 이어졌다.

전 산업군의 지각 변동을 촉발한 인공지능(AI)도 기간산업 공진화의 필연적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반도체 기업-자동차·에너지 산업 간의 파트너십, 통신 기업-철도 산업 간의 협력 등을 통한 부가가치를 파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것이다.

세종텔레콤이 참여하는 기간산업 포트폴리오 현황
세종텔레콤이 참여하는 기간산업 포트폴리오 현황

대표적 사례로 엔비디아는 AI 기반 지능형 운영체제를 자동차에 접목해 단순 인포테인먼트를 보조해주는 기능을 넘어 자동차 전체를 제어하고 궁극적으로 자율주행, 커넥티드카의 중요한 기술적 역할을 담당하며 자동차 산업의 디지털 전환 및 사용자 경험 혁신을 가속하고 있다.

또 IBM은 자체 AI 플랫폼 왓슨(Watson)을 활용한 에너지 수요 예측 및 전력 배분 최적화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전력 공급 효율성 개선 및 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고 있다.

기간통신사업자인 세종텔레콤도 디지털전환(DX) 융합 노하우와 전국 규모의 광통신망을 토대로 전기철도 시스템에 AI, 사물인터넷(IoT), 건설정보모델링(BIM)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철도 분야의 기술적 역량 강화 및 운영 효율성 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종텔레콤은 모든 산업의 기본 동력인 전력 공급망을 제공함으로써 교통, 건설, 제조 등 국내외 중대한 기간산업의 안정성과 지속 가능성 보장에 일조하고 있다.

한국전력공사 345KV 광양CC-신여수 송전선로(T/L) 건설, 지중화 공사 등 전력 플랜트 확충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 중이다. 또 도시 인프라 발전으로 대심도 선로 신설 및 철도 개량 공사 등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고속철도, 지하철, 터널 등 사회간접자본(SOC) 교통망 시설의 전기공사를 다수 수행하고 있다. GTX-A 노선 사업, 장항선 복선전철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기간산업이 미래형 산업으로 진화하는 데 필수적인 '친환경'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공헌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춘천소양촉진2구역 주택재개발건축정비 사업에서는 전기차 충전 설비 및 태양광 설비 공사를 통해 재생 환경 개선에 앞장섰다.

또 주택보급사업시 시공계획 단계부터 환경 보존을 위한 건설 폐기물 발생 최소화 방안을 논의하고, 현장 근로자 및 주변 주민에게 쾌적한 환경 제공을 위해 작업환경을 측정, 현장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2년에 환경경영시스템 인증서(ISO 14001)를 획득했다.

해외에서는 신도시 건설, 국제공항 건설 등 개발도상국의 전기 기반 인프라 확장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라크에서는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10㎞ 떨어진 1815만㎡ 부지에 주택 10만가구 등을 지어 분당급 신도시를 짓는 사업으로, 이라크 역사상 최대의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다. 세종텔레콤은 수변전 설비, 지중 전원 케이블 전기 공사, PC플랜트 통신 공사 등 주요 시공을 맡았다.

세종텔레콤은 몽골 신울란바토르 국제공항 전기공사 및 항공 등화 공사, 아프리카 적도기니의 '바타 국제공항 신축공사' 전기 부분 공사 등을 통해 원활한 전력 공급과 비행 안전 환경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바 있다.

이렇듯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간산업은 전방위적 고도화 과정의 결정적 요소를 담당하고 있으며, 공진화를 통한 경쟁력 확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도 혁신을 위한 '기간산업'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전략적 육성 지원책과 기업 차원의 자발적인 협력, 개방형 공유 생태계 확장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필자〉 세종그룹을 설립한 대한민국 기업인이다. 1990년 그룹 모태인 홍승기업을 설립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동아증권(현 NH증권)을 인수해 금융업에 진출한데 이어 2007년에는 EPN, 2011년 온세통신을 인수해 지금의 세종텔레콤으로 합병했다. 통신업 18년 전문가로서 2019년부터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세종텔레콤은 전국 광케이블 자가망을 보유한 기간통신사업자다. 통신사업과 함께 전기공사, 블록체인, 알뜰폰, 5G특화망 등 커넥티드 사업 전개를 통해 세상에 기여하는 혁신 기업으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김형진 세종텔레콤 회장 sejongtelecom@sejongteleco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