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만에 '살인' 인정… 日 50대 남성, 직장내 괴롭힘에 기찻길 뛰어들었다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지난해 12월, 일본 도쿄의 한 기찻길에 50대 남성이 걸어 들어가 사망한 사건이 일년 만에 살인 사건으로 인정됐다.

일본 공영 NHK 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8일 경시청은 도쿄 이타바시구의 한 열차 건널목에서 사망 사건과 관련해 도쿄 소재 도장회사 사장 등 4명을 살인 및 감금 혐의로 체포했다.

일본에서 직접적인 살인 행위가 없는 경우에는 살인방조죄가 적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번처럼 살인 사건으로 인정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사건은 지난해 12월 3일 도쿄 이타바시구 도쿠마루 도부 도조선 건널목에서 발생했다. 인근에 거주하던 남성 A씨(56)는 차단봉이 내려온다는 경고음에도 기찻길로 스스로 걸어 들어가 결국 열차에 치어 사망했다.

선로 위에는 열차 헤드라이트를 바라보며 두 손을 든 A씨만 보였기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폐쇄회로(CC)TV 카메라에 사고 지점 바로 옆에 주차된 차량이 피해자가 선로에 뛰어든 직후 급하게 현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이 녹화된 것이다.

조사 결과 당시 차량에는 도장회사 직원 2명이 타고 있었다. 피해자 A씨 역시 해당 도장회사에 재직 중이었다. 이들은 경찰에 “A씨가 차에서 내리고 싶다고 말하고 차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으나 실상은 달랐다.

가해자는 사장인 B씨(39)를 포함해 모두 4명으로, 이들은 사건 발생 전날 밤 이타바시구에 있는 A씨의 집을 방문했다. 이전부터 폭행이 있어왔기 때문에 A씨는 잔뜩 위축된 상태였다. 가해자 일당은 A씨를 인근 편의점 주차장에서 폭행한 뒤 차량 안에 감금했다.

이후 직원 두 명은 A씨를 차에 태운 뒤 강물에 뛰어들라고 강요했다. A씨가 이를 필사적으로 거부하자 “강이 힘들면 선로에 뛰어들어라”라고 말하고는 선로까지 A씨를 태우고 갔다. 오랜 괴롭힘으로 무기력해진 A씨가 저항 없이 선로 위에 서자 이들은 현장을 빠져나갔다.

A씨는 해당 회사에 지난 2015년 입사했다. 일년 만에 퇴직했으나 2020년 재입사하게 됐고 괴롭힘은 이듬해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장을 중심으로 이어진 집단 괴롭힘이다.

가해자들의 스마트폰을 확인한 결과 이들은 A씨에게 프로레슬링 기술을 걸거나 화상을 입게 하는 등 여러 폭행을 일삼았고 이 모습과 상처 부위를 근접 촬영해 그룹채팅방에 공유하기도 했다. 성적인 학대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병원에서 “혼자 다쳤다”고 말해 피해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수사관은 “피해자는 양친이 모두 사망했으며 결혼한 적도 없다. 아파트에 혼자 살며 직장에서는 노예와 같은 취급을 받으며 음식과 거주지까지 조종당했다. 폭력으로 심리가 지배당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월급도 제대로 지급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해자는 “일이 늦었다. 교육의 일환이다”라는 말도 안되는 해명을 이어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피해자가 받은 폭언 중에는 “다음에 또 폐를 끼치면 죽는다”는 등 위협도 있었다.

전직 검사인 우에하라 변호사는 NHK에 “피해자가 어떤 정신 상태에 몰려있었는지가 사건의 핵심”이라며 “이번 사건은 살인과 같은 정도로 죽음을 초래할 위협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죽고 싶지 않은 피해자를 '이제 죽는 것 밖에는 없다'라는 정신 상태로 몰아넣어 살인죄를 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의 쟁점은 총 3가지로 피해자의 정신 상태, 가해자들의 살해 동기(살해할 의도가 있었는가), 4명의 공모 여부를 중심으로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다. 경찰은 9일 B씨 등 3명을 도쿄지검에 송치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