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국가 제조혁신이 화두다. 제조 강국으로 불리는 독일과 미국은 2011년부터, 중국과 일본도 2015년과 2016년 각각 제조 경쟁력 강화 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의류, 신발 등 경공업에서 시작해 기계, 조선, 자동차, 화학 등 중화학공업으로 성장했다. 현재는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비롯한 첨단산업 제조강국이다.
부산, 울산, 경남과 대구, 경북을 포함한 영남권은 이러한 우리나라 제조업 성장의 거점 지역이다. 수도권 집중화 속에서도 여전히 우리나라 전체 제조 매출액 가운데 35%를 차지하고, 사업체수(31%)와 종사자수(34%) 비중은 수도권 다음으로 높다.
하지만 당면 현안도 많고 심각하다. 노동력 부족에 설비투자 감소, 공급망 교란 및 악화, 산업재해 등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로 인해 사업체, 종사자, 매출액, 부가가치 등 모든 면에서 감소세도 뚜렷한 실정이다.
영남권 제조업 약화는 우리나라 전체 제조 경쟁력 위기와 직결돼 있다. 중국은 물론 아시아 여러 나라로부터 추월 위협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 제조업 위기는 결국 영남권 제조 위기에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영남권 경제 활동 인구는 2017년~2021년 5년 동안 연평균 0.39% 감소했다. 5개 초광역권(수도권·충청권·호남권·영남권·강원제주권) 가운데 감소율 1위다.
생산설비 투자액은 2008년~2019년 12년 동안 연평균 4.03% 감소했다. 감소율 2위다. 이 기간 전국 제조업 연평균 설비투자액은 0.8% 증가했다.
제조업 종사자 가운데 재해자 수는 2020년 기준 1만542명으로 집계됐고, 원자재 수입 무역 의존도는 12.7로 모두 2위 수준이다.
역설적으로 2020년 한해 50대 이상 제조업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8.4%나 증가했다. 주목할 점은 영남권 제조 혁신 잠재력도 당면 위기만큼 크다는 사실이다.
영남권 소재 제조혁신 연구기관 및 제조 지원기관은 50개소에 달한다. AI대학원을 비롯한 AI교육기관은 10개나 포진해 있다. 280여개 중대형 연구시설이 집적화돼 있고, 종사 연구개발(R&D) 인력도 11만5667명에 이른다. 영남권 R&D 투자 성과 비중은 5개 초광역권 전체 대비 18~22%를 차지하고 있다.
과기정통부가 영남권을 중심으로 국가 제조업 위기를 타개하고, AI 기술로 영남권 제조혁신을 이루고자 '제조업 AI융합 기반조성사업'을 시작한 이유다.
이 사업은 영남권 제조 분야 가운데 시도별로 중점산업을 설정하고, AI융합 기반을 조성해 설비 노후화, 인력부족, 공급망 위험 등 중점산업 현안을 AI 기술을 접목해 해결한다.
부산 중점산업은 '기계부품'이다. 부산에는 상대적으로 지역을 대표하거나 선도하는 뚜렷한 제조분야가 적다. 기계부품, 자동차부품, 조선기자재 등이 주요 산업군으로 포진해 있지만 타 지역에 비해 규모가 크지 않고, 반도체를 비롯한 고위기술 업종 비중도 미미한 편이다.
'기계부품'의 경우 부산시가 10여년 전부터 첨단융합기계부품을 전략특화산업으로 지정해 지원하면서 부산 주요 산업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부산 첨단융합기계부품 사업체수는 2016년 318개에서 2021년 376개로 연평균 2.75% 증가에 그쳤다. 종사자수는 2016년 1만1362명에서 2021년 1만844명으로 연 0.78% 감소세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조398억원에서 3조1870으로 소폭 늘었지만 사실상 정체 수준이다.
다만 부가가치 창출 성과가 1조1846억원에서 1조2957억원으로 연 1.48%씩 증가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지역산업 전문가들은 부산 기계부품 제조혁신은 기계부품산업 토대인 주조, 금형, 용접 등 기초 공정 분야부터 기술 고도화를 이루고, 이어 전문인력 양성과 ICT융합, 시설 장비 보완 등으로 고도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부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