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는 이상을 꿈꾸는 예술가로, 투자자는 근거와 팩트를 따지는 변호사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기술력만큼이나 숫자로 사업성을 증명한다면 어려운 시기에도 자금 조달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K-ICT창업멘토링센터 2024년 성과공유회에서는 투자를 주제로 한 토크콘서트가 열렸다.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신인근 276홀딩스 대표(23기)와 투자자 김한재 수이제네리스파트너스 대표, 역시 시리즈A 투자를 받은 김영태 나노일렉트로닉스 대표(14기)와 투자자 김호일 신용보증기금 투자금융센터 팀장이 무대에 올랐다. 투자자와 초기기업 입장에서 겪은 경험과 생각을 전했다.
이날 토크콘서트에서 신인근 대표는 투자유치 과정을 소개팅에 비유하며 공감을 자아냈다. 신 대표는 “외모는 비록 아쉽더라도 착한 성품을 호소하며 상대 매력을 이끌어내는 상황을 생각했다”면서 “투자자들에게 매출채권 유동화 플랫폼이 중소기업 자금 애로 해소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함을 설득했다”고 소개했다.
김영태 대표는 “창업가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해 자료 제작에 많은 공을 들인다”면서 “투자자 입장에선 많은 기업이 서로 기술이 우수하다고 말하니, 실현 가능한 수치에 관심을 보여 처음에는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투자자 입장도 들을 수 있었다. 김호일 팀장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의사결정 구조를 생각하면 심사역이 하나하나 살필 수밖에 없다”면서 “그럼에도 창업가가 가장 자신있다고 생각하는 기술은 적극 어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한재 대표는 “276홀딩스는 과거 사업에서 쌓은 전문성을 어떻게 활용할지를 강조해 투자를 결심했다”면서 “앞으로 펼칠 사업이 그간 경력과 부합한다면 투자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글로벌 진출계획 수립이 사업 성장에 중요한 요인이 될지에 대해서는 입장이 살짝 엇갈렸다.
나노섬유를 활용한 발열 필름을 개발한 김영태 대표는 “국내 대기업을 대상으로 매출 실현까지 3년 이상 걸리지만 해외는 먼저 우리 기술을 구매하고 싶겠다고 찾아왔다”면서 “매출 성장을 위해선 좋은 제품의 수출 전략은 필요하다”고 생각을 드러냈다.
김호일 팀장 “소재·부품·장비 분야는 해외 수요가 꾸준하다”면서 “결국 글로벌로 나가야 하기 때문에 해외 진출 계획을 수립한 업체를 선호한다”고 언급했다.
신인근 대표는 최근 동남아시아 진출 계획을 접은 일화를 들었다. 그는 “올해 출장만 10차례 이상 다녀오며 동남아 시장이 크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면서 “현지 금융 제도나 기반을 봤을 때는 아직은 자생력을 갖춰야 할 때라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김한재 대표 역시 “흔히 한국 시장이 작다고 하는 데 정말 작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당장 해외 진출 생각이 없더라도 충분한 시장규모와 수익원이 존재한다면 투자를 충분히 검토한다”고 말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조언도 전했다. 김영태 대표는 “국내 벤처캐피털(VC)은 상장을 앞둔 기업에 관심이 많지만, 해외로 눈을 돌리면 초기기업이더라도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게 충분히 투자한다”고 말했다.
김호일 팀장은 “경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혁신 아이디어와 강력한 의지를 가진 창업자는 언제 어디서나 빛났다”고 용기를 불어넣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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