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신문 독자위원회 4차 회의] “전문성 더 살려야…콘텐츠 유통 채널 확대 필요”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 및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희재 전자신문 편집전문위원, 이강수 전자신문 부회장,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안완기 前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위원장),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 김승규 전자신문 편집국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위원 및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희재 전자신문 편집전문위원, 이강수 전자신문 부회장,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안완기 前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위원장),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 김승규 전자신문 편집국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전자신문 독자위원회는 전자신문만의 전문성을 더 살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근 있었던 계엄 사태에 관한 기사들이 다른 언론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산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면밀하게 확인하고 독자들에게 전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위원들은 독자들의 관심도가 높은 이슈와 전시회 등에 대해서는 보다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멀티 콘텐츠, 멀티 플랫폼'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은 이번 회의에서도 나왔다. 지면이라는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동영상 콘텐츠 플랫폼 등을 통해 소비되는 숏폼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인공지능(AI)이 텍스트 콘텐츠를 기반으로 멀티 콘텐츠를 만드는 방법론으로 제시됐다.

또 기술적으로 독자들이 기사의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도입한 QR코드 활용을 더욱 확대하고, 인터넷에서도 연관 기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지원하자고 했다. 현재 홈페이지의 기사 검색 정확도도 높이고,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국내 기업에 관심이 큰 해외 독자를 고려해 외국어 서비스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했다. 전자신문 로고와 관련해서는 회사만의 특색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는 변경 검토 제안이 나왔다.

〈독자위원회 참석〉(위원장 이하 가나다순)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위원장)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안완기 前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최희재 전자신문 편집전문위원(간사)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손승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손승현=전자신문 멀티 플랫폼, 멀티 콘텐츠 전략으로 가야 한다. 뉴스 소비 형태가 과거 지면 중심에서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온라인에서도 모바일 중심이다. 모바일에서는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숏폼 동영상 형태로 뉴스까지 소비된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같은 기존과 다른 채널로 동영상 콘텐츠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미 일부 지면 매체들이 종합편성채널을 통해 방송에 뛰어들었고, 다른 매체들도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지위를 얻어 뉴스를 송출하고 있다. 전자신문도 채널 다양화 노력을 너무 늦지 않게 시도해야 한다.

해석기사인 '뉴스줌인'을 최근 유심히 보고 있다. 구독자들이 관심이 많은 사회적 이슈는 단편적으로 다루기보다 심층적인 보도가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AI 기본법, 단말기유통법, 인터넷 프로토콜(IP) 카메라 보안 문제,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등에 대해 잘 분석해 보도했다. 매체 특성을 살려 잘할 수 있는 분야는 더 부각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기존에 보도되었던 기사 내용까지 종합해 다루는 것도 필요하다.

에듀플러스 세션에서는 일부 아쉬운 측면이 있었다.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에 대한 보도들이다. 단편적으로 다뤄졌다. AI 디지털교과서는 수학, 영어, 정보 등 일부 과목을 대상으로 도입을 추진하는 최초의 시도로 의미가 크다. 아직 준비가 부족하다는 의견과 개인정보 이슈, 디지털 기기 격차 문제 등의 지적도 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빨리 도입해야 한다면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시민단체, 학부모단체, 교육부, 교과서 검정위원회, 그리고 실제 수업이 이뤄질 학교까지 의견을 듣고 심층적으로 다뤘으면 한다.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박청원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KEA) 상근부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박청원=독자 관점에서 AI를 비롯한 정보기술(IT) 도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새로운 기사와 기존 연계 기사들을 확인할 수 있는 QR코드 도입은 좋은 아이디어였다. 10월 22일자 '공공 클라우드, 상용 서비스형 플랫폼(PaaS) 활용 가능성 커졌다' 기사에 들어간 QR코드를 통해 7월 8일자 '4차 클라우드 계획 상용 PaaS 빠졌다' 기사로 연결되도록 했다.

반면에 중요한 기사지만 QR 코드를 사용하지 않기도 했다. 9월 6일자 'QD TV에 QD가 없다?…中 TCL 품질 논란'의 후속 기사였던 11월 11일자 '“퀀텀닷(QD) 없는 QD TV” 한솔케미칼, 中 TCL 공정위 제소' 기사에는 QR코드가 없었다. 상당히 중요한 이슈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보완이 필요하다.

독자를 위해 PC, 모바일 홈페이지 관리에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 지금 시대에는 홈페이지가 사실 지면보다 더 중요한 곳이라고 본다.

전자신문 홈페이지에서는 동일한 제목, 내용의 기사가 사진만 다르게 나열되어 보이는 경우가 있다. 검색 결과도 올바르지 않다.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등 특정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관련 없는 기사가 다수 보였다. 주제별로 아카이브를 체계화하거나 주요 기사에 대한 체계적인 시리즈 페이지 제공이 필요하다. 인공지능(AI)을 사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검색 필터도 '기간' 밖에 없어 옵션을 추가해 독자들의 검색 정확성과 편리성을 높여야 한다.

독자와 기자, 독자와 독자 간 의견을 교환하는 곳도 없다. 댓글, 토론, 제보 등의 기능을 추가해 독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해외 독자층을 겨냥한 다국적 지원이 부족하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에 대한 외국인들 관심 크다. 기술·경제·글로벌 현안 등에 대한 영어, 일본어 등을 지원해야 한다. 나아가 시각 장애인 '접근성'을 위한 스크린 리더, 이미지 대체 텍스트(ALT Tag) 기능까지 고려해줬으면 한다.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전윤종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원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전윤종=내용이 좋은 기사, 보완이 필요한 기사를 몇 개 정리했다. 미국 대통령 선거 전, 10월 22일자 '누가 돼도 자국보호 더 견고해져…수입규제·관세강화 대응해야' 기사는 시의성 있게 도널드 트럼프와 카멀라 해리스, 두 후보의 공약을 비교하고 시나리오별로 잘 분석한 기사였다. 12월4 일자 '日·네덜란드 제외…커지는 韓 정부 역할론' 기사도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에 있어 우리 정부의 역할을 적절하게 잘 제시했다. 11월 8일자 '칩스법 평가절하·IRA 폐기 공언…반도체·배터리 시계제로' 기사는 트럼프 대통령 당선 시 국내 반도체·이차전지 업계에 미칠 영향을 잘 다뤘다.

반면에 11월 29일자 '초기 자본금 1兆 필수...실현 가능성·지역경제 활성화 방점' 기사는 제4인터넷전문은행 인가 심사기준을 강조한 기사인데, 도입될 경우 금융업계, 국민에게 미칠 영향 등도 함께 제시됐으면 했다. 11월 12일자 '디지털 취약계층·딥페이크 예산 증액 관심' 기사는 국회 과방위의 예산안을 다룬 기사인데 구체적 법안에 관한 내용이 없어 불친절한 기사로 뽑았다.

11월 14일자 '국내 제조업 73% AI 도입·테스트…세계 평균 미달' 기사는 '세일즈포스' 보고서를 인용한 기사인데 응답자 표본에서 한국인이 70명에 불과해 신뢰도가 있는 데이터로 보기 어려웠다. 11월 13일자 '韓 챗GPT 앱 사용자 1년새 7배 증가' 기사는 단순히 이용이 증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용자가 늘어난 이유, 챗GPT만의 차별화된 특징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다.

12월 4일자 '“미래 경쟁력 높이자” 서울권 여대, 공학계열 판 키운다'는 기사는 사회적 흐름과 첨단산업 인재 양성에 맞춘 여대의 전략은 이해되나, 기존 공학(共學) 대비 여대의 공학(工學)의 특장점과 차별점이 제시되지 않았다.

전자신문은 우리나라 산업이 최근 위기를 맞고 있는 만큼 산업 기획기사를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트럼프 시대에 따른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관세 정책 변화와 중국·유럽 대응 방식이 큰 관심사다. 중국이 배터리·반도체 분야에서 우리나라 산업을 잠식해 나가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반도체 지원법과 같은 중요한 법안이 전혀 논의되고 있지 않다.

연말마다 나오는 주요 기업들의 인사 및 조직개편 기사도 보완이 필요하다. 기업의 내년도 사업 방향을 진단하고, 변화가 있는 인사들의 과거 경력을 추적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안완기 前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안완기 前 한국생산성본부(KPC) 회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안완기=최근 전자신문 주최 SW 전시회 '소프트웨이브 2024'가 열렸는데 아쉬운 점이 남는다. 행사 전 '미리보는 소프트웨어 2024' 기사로 참가 업체 소개를 소개하며 사전 안내해 독자들 이해를 도왔다. 행사를 마친 12월9일자에는 실제 이뤄진 행사 소개, 참석인원 수, 상담 건수 등을 전했다.

다만 올해 9회째 행사를 개최했다면 개별 행사뿐 아니라 9년간 SW 산업 전체, 또는 전시 트렌드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다룬 인사이트 있는 기사가 있어야 했다. 표, 그림, 도형으로 이를 독자들에게 전달했다면 트렌트를 쉽게 읽는 데 도움이 됐을 듯하다.

CES뿐만 아니라 다른 해외 전시회도 깊이 있게 다뤘으면 한다. 최근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클라우드 기업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행사 '리인벤트(re:Invent) 2024'가 열렸다. CES는 많은 매체가 기사를 쏟아내는 데 리인벤트는 그렇지 않았다. 리인벤트는 상대적으로 참석하는 독자가 많지 않으니 심층 분석해 보도했으면 좋았을 듯하다. 국내 다른 언론이 다루지 않더라도 전자신문은 현장에 참가해 다양한 얘기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면 섹션 명칭도 고민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통신·방송·게임, SW·보안, 소재부품, 전자모빌리티 등으로 이뤄지는데 중간마다 '양자기술상용화 기반 조성성과' '디지털혁신 지원첨병 정보통신기획평가원' 등의 섹션 명칭도 보였다. 독자 입장에서는 기사인지, 광고인지 구별이 어렵다.

11월 28일자 이슈플러스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선두업체 쿠팡과 경쟁하는 네이버, 알리익스플레스를 다룬 면이었다. 알리는 '알리, 케이베뉴 앞세워 쿠팡·네이버 대항마 우뚝' 기사를 통해 언급됐지만 기사 이해를 돕는 그래픽에서는 알리 내용만 빠졌다. 앞서 알리가 한국 e커머스 시장에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논조의 기사들이 많았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도 언급했으면 독자 이해에 도움이 됐을 것이다.

전자신문이 현재 사용하는 로고 변경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전자신문 로고를 모르는 사람도 많다. 언론사, 전자 등을 나타내는 로고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최근 회사 이름의 이니셜을 로고로 사용하는 등 보는 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전자신문이 지향하는 바를 글씨나 도형으로 명확히 하면 좋을 듯하다.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김경환 서울대병원 융합의학기술원장.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김경환=헬스케어 IT 발전을 위해 전자신문이 역할해주길 바란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정부가 맞춤형 정밀 의료를 위한 '프리시즌 메디슨 이니셔티브'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수천억원의 돈이 풀렸다. 이를 계기로 헬스케어IT가 엄청나게 발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변한 게 없다. 환자 데이터로 장사를 한다고 바라보는 부정적 시각이 여전히 있다. 실시간으로 발생하는 수많은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제대로 된 인사이트를 만드는 기업을 만들고, 그러한 결과물을 공익을 위해 사용하는 건 필요하다.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헬스케어 IT 관련한 국가 과제들을 주도하는 복건복지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움직이지 않고 있다. 의료대란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이 데이터 개방과 표준화에 대한 기사를 많이 보도한 것에 감사하다.

의료대란에 대해서도 언론들이 근본적인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있다. 전공의가 빨리 복귀하고, 의대 정원 이슈가 빠르게 해결돼야 한다. 해결되지 않는다면 의료대란은 1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 대학병원 전공의 모집에 지원자가 너무 적은 상황이라 우려스럽다.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 - 2024 전자신문 독자위원회 제4차 회의가 10일 서울 중구 더존을지타워에서 열렸다. 이재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이재현=최근 있었던 계엄에 있어 전자신문만의 관점을 갖고 다루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체감상 모든 매체들이 계엄 기사를 70~80% 다루고 있다. 다른 언론사에서 다룬 기사와 비슷한 기사가 많았다. 전자신문만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기사를 다루지 못했다. 그러한 기사들이 다른 언론사와 비교했을 때 과연 경쟁력이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할 필요는 없었다.

기사 제목에서 '탄핵 정국'이라고 했는데, 이번 일을 정치적 영역으로만 축소하는 듯한 생각이 들었다. '시국' 또는 '사태'가 맞지 않았나 싶다.

전자신문은 산업 경제 영역 측면에서 경제 행위자, 관련자들의 관점을 다뤄줄 필요가 있었다. 산업별로 이번 사태를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취재할 필요가 있었던 것 같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은 증시 폭락, 환율 급등 등에 대응을 위한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을 것이다.

또 정부가 거의 공백 상태로 한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중앙부처 하나의 과가 하나의 산업을 담당하고 있다. 복지부동으로 가거나, 무기력한 상태가 지속되면 안된다. 석유화학 구조조정 관련 협의체 만든다고 했는데 자칫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부분을 진단하며 방향을 제시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얼마간 현재 상황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언론사로서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또 전자신문 독자층을 고려한 서비스 변화가 필요하다. 전자신문 독자들은 해당 산업의 종사자, 즉 전문가다. 기사의 보도자료는 물론, 기반 데이터의 원본 자료에 대해 궁금증이 크다. 이러한 것들을 QR코드, 링크 등의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이것이 전자신문이 가져가야 할 경쟁력이라 생각한다. 전자신문의 경쟁력은 정보의 심층성이다. 단순한 메신저 역할만 하면 안 된다.

전자신문이 맡고 있는 기업, 기관 등에서도 매체에 대한 존중이 있으려면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들의 행사와 보도자료를 기사화하는 건 고마울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AI를 기사 작성을 위한 자료 수집에 활용해야 한다. AI는 사람 대비 다양하고 심층적 자료를 AI는 효율적으로 찾을 수 있다. 다만 기사 작성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AI는 데이터 기반의 일반적인, 정형화된 기사를 쓸 수 있으나 대다수의 기사는 그러한 형태가 아니다. 많은 취재가 필요하다. 기술 중심의 접근으로 AI를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건 아직 유용하지 않다고 본다.

정리==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사진==김민수 기자 m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