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기도 되면서 더 얇게' 삼성, 디지타이저 필요 없는 펜 입력 기술 추진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SE. 디지타이저를 탑재하지 않아 펜 입력 기능이 없는 모델이다. 폴드 6보다 1.5㎜ 얇은 10.6㎜ 두께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갤럭시Z폴드 SE. 디지타이저를 탑재하지 않아 펜 입력 기능이 없는 모델이다. 폴드 6보다 1.5㎜ 얇은 10.6㎜ 두께임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가 폴더블폰 슬림화를 위해 차기작부터 디지타이저를 탑재하지 않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타이저는 삼성 폴더블폰의 펜 입력이 가능하도록 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은 디지타이저 없이도 펜 입력이 가능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하는 폴더블폰 '갤럭시Z폴드 7(가칭)'에 디지타이저가 필요없는 펜 입력 기술을 채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디지타이저는 펜 입력 기능을 구현하는데 활용된 부품으로, 펜 기능이 들어가기 시작한 갤럭시 폴드3부터 올해 출시한 폴드6까지 탑재됐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내년 출시하는 폴더블폰에 디지타이저를 탑재하지 않는 방안을 유력 검토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 탑재 유무와 함께 기존 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펜 입력 방식이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은 폴더블폰 슬림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10월 디지타이저를 사용하지 않은 '갤럭시 Z폴드 SE'를 출시됐다. 이 제품은 폴드6에 비해 두께가 1.5㎜ 얇아졌지만 디지타이저가 빠지면서 펜 입력은 불가능했다.

삼성은 차기작에서 슬림화와 펜 입력을 동시 구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존에는 기술적 한계 때문에 두께나 펜 입력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둘 다 쓸 수 있도록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삼성이 검토 중인 새로운 펜 입력 기술은 정전기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애플 펜슬과 유사한 것이다.

기술적으로 분석하면, 삼성은 그동안 디스플레이 패널에 전기장을 형성해 펜 입력을 구현하는 기술을 써왔다. 전자기공명(EMR)으로 불리는 기술이다. 패널에 전기장을 형성하는 역할을 디지타이저가 했다. 이 방식은 디스플레이, 즉 스마트폰 본체 쪽에 필요 부품을 탑재하기 때문에 펜을 얇게 만들 수 있다. 펜에 별도의 배터리나 전류장치가 필요 없는 것이다.

반면 애플 펜슬에 적용된 방식은 능동 정전기(AES) 기술이다. AES는 디스플레이가 아닌 펜에 전기를 발생시키는 장치가 탑재된다. 배터리와 전기장치가 들어가 펜이 두꺼워지고, 충전도 해야 한다. 반면 디스플레이 쪽에는 별도의 부품을 넣을 필요가 없어 본체를 얇게 만들 수 있다.

삼성이 얇은 폴더블폰과 펜 입력 기술을 각각 선호하는 소비자를 모두 놓치지 않기 위해 이 같은 기술 변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은 폴더블폰에 'S펜'을 내장하지 않고 별도 판매 중이다.

한편, 삼성은 내년 폴더블폰의 백플레이트 소재로 티타늄을 채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은 디지타이저와 간섭을 방지하기 위해 갤럭시 폴드3부터 비자성 소재인 탄소섬유 강화플라스틱(CFRP)이 적용됐다.

김영호 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