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차가워 보인다. 새로움은 보통 기존 질서를 깨뜨리는 파괴적 속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혁신으로 인해 누군가는 도태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한다. 특히 사회 구성원이 혁신에 대해 두려움을 강하게 느끼면 사회에 분열과 분쟁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정부는 혁신을 대할 때 보수적이고 방어적 입장을 취한다. 특정 산업 육성에 앞서 전 국민의 행복을 살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혁신으로 인한 산업 발전 효용보다 일부 국민의 도태 및 공동체 분열의 위험이 사회 전체적으로 더 중요할 수 있다. 정부는 혁신의 성격과 사회 반응에 따라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고민한다.
그런데 혁신 중에서도 '따듯한 혁신'이 있다. 따듯한 혁신이란, 기존 질서와 상생하는 구조를 가지면서 사회적 약자에게 보다 큰 효용을 제공하는 혁신을 의미한다. 이러한 종류의 혁신은 정부가 사회적 관점에서 더 많이 발굴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약 1년 반 전부터 '변호사비 지원(소송금융)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변호사비(착수금)를 낼 여유가 없는 사람들에게 회사가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그 사람이 승소해 돈을 받으면 그때 약정금을 돌려받는 서비스다. 만약 소송에서 패소하거나, 승소했더라도 실제로 돈을 받지 못하면 아무 것도 돌려받지 않는다. 즉, 승소와 회수까지 예상해 원금 손실 위험을 감수하고 소송에 필요한 비용을 지급해주는 것이다. 변호사비 뿐만 아니라 감정료, 인지대, 송달료 등 다양한 소송비용을 지급해준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기에 이는 대출이 아닌 특수한 형태의 소송지원 서비스에 해당한다.
우리 사회에는 소송을 해야 하는 데 비용 때문에 소송 자체를 포기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더욱 그러하다. 로앤굿은 지금까지 약 200건에 달하는 소송에 변호사비를 지급하였는데, 가장 신청이 많았던 분야는 이혼, 범죄 피해자, 상속 분쟁, 보증금 반환, 임금체불 등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이혼 소송을 망설이는 전업주부, 성범죄 피해를 당한 2~30대 여성들, 전세보증금을 못 받은 다수의 임차인들,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들이었다.
변호사비 지원 서비스는 의뢰인은 물론 변호사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변호사에게도 의뢰인의 형편 등으로 인해 적정한 착수금을 제안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 데, 변호사비 지원 서비스는 이 역시 도와줌으로써 상생 구조를 갖고 있다. 이로 인해 큰 갈등 없이 시장에 널리 알려지고 있다.
현재 많은 범죄 피해자들이 경찰서에서 고소장을 제출할 때 별도의 민사소송은 알아서 해야 한다는 안내를 받는다. 전세금을 못 받은 사람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전세금을 지급해 주지 않으면 소송할 엄두를 못 낸다. 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들은 노동청까지만 가고 그 다음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경찰서, HUG, 노동청 등에서 이러한 사람들에게 변호사비 지원(소송금융) 서비스를 적극 알려주면 어떨까. 이들은 민간 회사의 도움을 받아 궁극적인 금전적 피해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따듯한 혁신'은 정부의 적극적 육성을 통해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규제를 해소한다는 소극적 역할 또는 시혜적 관점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혁신이라면, 정부는 심판이 아닌 고객이 돼 국민의 효용을 증진시킬 의무가 있다. 이러한 지지가 있다면 우리 사회에는 '따듯한 혁신'이 더 늘어날 것이다.
민명기 로앤굿 대표 mgmin@lawandgoo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