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중인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서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가 제안한 박재현 대표이사·신동국 이사 해임안이 부결됐다. 이로써 형제(임종윤 사내이사·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측과 대립 중인 4자연합이 속한 모녀(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임주현 부회장) 측이 승기를 잡았다.
한미약품은 19일 서울 송파구 교통회관에서 열린 한미약품 임시 주주총회에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내이사 해임 건,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기타비상무이사 해임 건이 상정됐으나 부결됐다고 밝혔다. 해임시 신규 이사 선임 건인 사내이사 박준석(한미사이언스 부사장) 선임의 건, 사내이사 장영길(한미정밀화학 대표) 선임의 건은 자동 폐기됐다.
한미약품 지분 구조는 한미사이언스 41.42%, 국민연금 9.43%, 신동국 회장 7.72%, 한양정밀 1.42% 등이다. 소액주주 지분은 약 39%로 추산된다. 지난 13일 국민연금이 주총 안건에 반대 의견을 내기로 하면서 해임안 통과 가능성이 낮아진 상황이었다.
이날 부결로 한미약품 이사회를 6대 4로 만들어 장악한다는 형제 측 전략은 불발됐다. 현재 한미약품 이사회는 4자연합 측 6명, 형제 측 4명으로 구성돼 있다.
한미약품은 이날 표결 결과 1021만9107주(출석율 80.59%) 중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 의결권 지분(96.34%)은 박재현 대표를 지지했다고 밝혔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는 “확고한 전문경영인 체제 기반의 공고한 리더십을 확인해 주신 주주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10년 내 매출 5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향해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새해 3월 정기 주총에서는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주주친화 정책도 주주들께 말씀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한미약품 업무가 정상화 되려면 지주사의 소송이 취하돼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업무 정상화의 시작은) 지주사가 사업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여러 건의 자해적 고소, 고발의 자진 취하가 될 것”이라며 “지주회사가 먼저 자진 취하한다면 저 역시 고소 건을 취하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모녀와 형제 간 경영권 분쟁은 이날로 끝나지 않고, 새해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총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현재 한미사이언스 이사진은 양측이 5대 5로 동률이다. 4자 연합은 그동안 지분을 매입해 약 49% 의결권을 확보한 만큼, 새해 3월 주총에서 경영권을 확보하는데 승산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임종훈 대표도 이날 주총 후 입장을 밝혔다. 임 대표는 “주주들의 결정을 존중하며, 한미약품을 포함해 그룹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 걱정하는 의견과 목소리에 더욱 귀 기울이겠다”면서 “지주사 대표로서 우려되는 부분이 적지 않으나 그룹 전체가 최선의 경영을 펼치고, 올바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어느 누구도 더 이상 불필요한 갈등과 반목을 초래하거나 그룹 근간을 흔드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면서 “그룹 모든 경영진과 임직원은 모두가 각자 본분에 맡는 역할에 집중해 최근의 혼란 국면이 기업가치나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전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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