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반도체가 한화정밀기계를 상대로 고대역폭메모리(HBM) 장비 특허 소송을 제기했다. 전 세계 급성장하고 있는 HBM 장비 시장 판도를 가를 수 있는 소송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한미반도체는 이달 4일 한화정밀기계가 한미반도체의 HBM 생산용 TC본더 특허를 침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제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인공지능(AI) 메모리로 불리는 HBM은 D램을 수직 적층해 구현한다. D램을 쌓은 후 접합(본딩)하는 공정이 필수인데, 한미반도체 TC 본더가 이 역할을 담당한다.
한미반도체 측은 2017년 업계 최초로 개발한 2개 모듈·4개 본딩 헤드 방식이 한화정밀기계 장비에 동일하게 적용됐고 구조와 외관 등 설계가 유사하다고 판단,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TC 본더의 핵심 기술인만큼 특허 침해에 따른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이 한미반도체 입장이다. 한미반도체는 자체 지식재산부에서 이번 소송에 적극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반도체는 현재까지 120여건의 HBM 장비 특허를 출원했다.
한미반도체는 앞서 자사에서 한화정밀기계로 이직한 직원을 상대로 전직 금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한미반도체 TC 본더 연구원이었던 직원이 2021년 한화정밀기계로 옮기면서 영업 비밀을 취했다는 주장이다. 법원에서 1심·2심 모두 한미반도체 손을 들어줘 지난 5월 최종 승소했다. 법원은 이직한 직원이 한미반도체 기술 정보를 사용, 공개하는 행위를 금지시켰다. 당시 한화정밀기계는 “직원에 대한 소송으로 한화정밀기계에 대한 소송이 아니다”며 기술 및 영업비밀을 취하려던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특허 소송은 인공지능(AI) 확산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BM 장비 시장에서 제조사 간 운명을 결정 지을 것으로 보여 그 결과가 주목된다. HBM은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묶어 AI 가속기를 만드는 데 필수인 메모리 반도체다. 이 HBM을 제조하는데 TC 본더가 사용돼 AI 확산에 따라 장비 수요가 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TC 본더 시장 1위 기업으로,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여기서 제조된 HBM이 엔비디아를 포함한 주요 AI 가속기에 탑재되고 있다.
HBM 시장이 커지면서 TC 본더 수요도 늘자 장비사간 경쟁이 불붙기 시작했는데, 특허 소송으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소송에서 패할 경우 어느 한 쪽이든 치명상이 예상된다.
HBM TC 본더 시장에는 한미반도체 뿐 아니라 싱가포르 장비 업체인 ASMPT가 일부 HBM 제조사에 장비를 공급하며 진입했다. 한화정밀기계도 TC 본더를 개발, 시장 진입을 추진 중이다.
한화정밀기계는 소송에 대해 “한미반도체의 특허 침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에 대한 반박과 함께 강력한 법적 대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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