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의 16단 제품 양산 준비에 돌입했다. 내년 상반기 공급을 앞두고 본격적인 생산 테스트에 착수했다. 16단은 업계 최초고, 차세대 HBM인 'HBM4'에도 적용돼 양산 성과에 따라 주도권이 결정날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HBM3E 16단 제품 양산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HBM3E 16단용 신규 공정 장비를 도입해 테스트하고, 기존 장비 역시 신제품에 맞는 최적화 및 정비를 진행 중이다.
사안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HBM3E 16단 양산을 위한 초기 라인 준비 과정”이라며 “주요 공정 테스트 결과값도 괜찮게 나오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은 D램을 쌓아 올려 구현한다. D램 단수가 높아질수록 성능이 향상되는데, HBM3E 16단은 기존 12단 대비 학습 성능은 18%, 추론 성능은 32% 우수하다.
SK하이닉스는 지난달 개최한 'SK AI 서밋 2024'에서 이같은 HBM3E 16단 개발을 공식화했다. 내년 초 고객사에 샘플을 제공하고 상반기 내 양산·공급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HBM3E 16단 양산 준비는 제품 개발 소식을 공개하기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HBM 제품 개발 및 생산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려는 시도다. 엔비디아 등 고객사의 AI 가속기 개발 주기가 빨라지면서 HBM 신제품 공급도 앞당겨 달라는 요청에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3E 16단은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차기 버전 탑재가 유력하다.
16단은 SK하이닉스가 업계 최초로 도전하는 제품이다. HBM은 적층 단수가 증가할수록 공정 난도가 높아진다. 특히 다수의 D램을 쌓기 때문에 열 관리 어려움이 크다. SK하이닉스가 양산에 성공할 경우, HBM 시장 내 경쟁 우위를 지속할 수 있을 전망이다.
16단은 또 6세대 HBM인 'HBM4'에도 적용될 예정이어서 차세대 HBM 시장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아울러 전방 산업 위축으로 스마트폰·PC 등 범용 D램은 침체된 반면에 HBM은 계속 성장세에 있어 실적과 수익성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볼 전망이다. 메모리가 AI 시장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차세대 기술 선점은 곧 실적으로 연결된다.
SK하이닉스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늘어나 3분기 30%대에서 연말에는 40%에 이를 전망이다.
권동준 기자 djkw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