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AI는 '뱀 기름'이라는 인식 깨야

현대인 AI데이터부 기자
현대인 AI데이터부 기자

의학이 발달하기 전인 18세기 유럽, '뱀 기름'은 만병통치약으로 통했다. 19세기 미국 대륙횡단 철도 사업 당시엔 뱀 기름을 팔아 억만장자가 된 사람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화학국 검사 결과, 당시 팔린 뱀 기름에는 뱀에서 추출된 기름이 한 방울도 포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후 서구권에서 뱀 기름은 '엉터리', '과대 광고' 등의 의미로 통용됐다.

인공지능(AI)과 뱀 기름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은 이 때문일까. AI는 과장됐다는 의견이 업계에 팽배하다.

아르빈드 나라야난 미국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최근 AI 과대 광고와 실제를 구분하는 내용의 'AI Snake Oil'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알리 고드시 데이터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AI 거품(Bubble)이 절정에 달했다”며 “아무것도 갖고 있지 않은 스타트업도 수십억 달러 가치를 인정 받는다. 이는 거품이다”고 말했다.

AI는 정말 '엉터리', '과대 광고'일까.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은 최근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AI 투자고민' 보고서에서 AI 기업에 천문학적 투자액이 몰리지만, 과거 '닷컴버블' 때와는 다른 양상을 띤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7개 대형 기술주(M7)의 향후 2년간 AI 주가수익비율(P/E)은 23.9로 닷컴버블 당시(52.0)와 비교해 절반이 되지 않는다. 매출배수(EV/Sales)는 현재 5 정도로, 버블시기(8.2) 대비 낮다. 숫자가 높을수록 고평가됐다는 뜻으로, 아직 AI 거품은 생성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국내 AI 업계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벤처캐피탈(VC)은 더 이상 AI를 내세우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AI 기술로 어떤 가치를 만들어내는가에 집중한다. 이에 맞춰 AI 기업들은 특정 분야에 특화된 '버티컬 AI'를 개발하며 가치 입증에 나섰다. 많은 AI 기업이 대기업·해외 기업과 개념검증(PoC)을 거치고 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에는 다수 AI 기업들의 PoC 결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뱀은 성장하기 위해 허물을 벗는다. AI 기업들이 '거품'이라는 껍데기를 벗고 실질적 성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

현대인 기자 modernm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