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진년 (甲辰年) 2024년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 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 한 해를 돌아보면 2024년 최대 화두는 역시 '인공지능(AI)'으로 AI 기술은 더 이상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니다. AI 기술은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기업 간 시너지를 일으키는 단순한 도구의 개념에서,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등을 연결하며 다양한 관계속에서 상호작용해가며 우리의 일상의 구조와 방식을 바꾸며 우리와 함께 동행하는 존재가 되었다. AI는 최근에 등장한 개념이 아닌 1940년대 후반부터 인공적인 두뇌의 가능성이 새로운 학문분야로 대두되었고 1980년대 들어 더 이상 연구 실험실이 아닌 실용적인 응용분야로써 기업의 전문가 시스템 (Expert System)으로 자리잡았다. 21세기에는 사물인터넷(IoT)과 데이터 활용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AI 분야의 딥러닝 부흥과 산업화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3차 산업혁명인 정보화 시대를 이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기업 간 시너지 창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초연결·초지능화 기술 기반의 본격적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가고 있다.
이러한 신범용적 기술(General Purpose Technology)을 통한 변혁적 혁신은 우리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새로운 도전과제와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며, 빠르게 확산, 대중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례로 빠른 변화를 주도하는 미국의 AI 개발업체 오픈AI가 지난 22일 고도화된 추론 AI 모델 o3를 출시하면서, 범용성을 높인 AI 관련 서비스 출시하였는데 전 산업분야로 가속화되며 AI 기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 개발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지능화의 구현과 활용 성숙화의 혁신견인은 AI가 주도
이러한 AI 일상화는 특정 산업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고 숨쉬는 도시공간에서도 크게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50개 도시를 대상으로 분석한 '스마트시티 인덱스 보고서 2024'에서는 50개 도시의 스마트도시 관련 서비스, 인프라 및 관련 추진 프로젝트 중 평균 50% 이상이 AI를 포함한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 등을 활용해 모빌리티 분야를 포함한 전 분야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덱스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하는 사항은 인공지능화를 포함한 선도적 혁신기술의 비중이 2019년 3%, 2022년 9% 그리고 2024년에는 두 자리 수인 14%로 크게 성장했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혁신기술들은 인프라·프로젝트 분야에 26%와 18% 각각 차지하고 있었으며, 향후 지능화 도입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분석하면, 두 자리수의 성장기술의 주도는 AI로 48%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히 교통 모빌리티 분야가 26%로 가장 높았으며, 에너지·환경 그리고 도시행정 분야가 각각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AI를 견인한 자생적 과학기술 기반 도시경쟁력 강화 및 디지털 전환 가속화
50개 스마트도시들에서 눈에 띄는 점은 과학기술 관련 혁신기관들의 활동이 몇몇 선도도시들에서 활성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인덱스 보고서에 다룬 분야에서 상위그룹에 속하는 암스테르담 같은 경우 CSO(Chief Science Officer) 직위를 신설하고 암스테르담 시와 관련 학계·산하기관을 포함한 신산업의 지식 및 연구생태계 관련 협력을 조율하고 지원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도시문제해결을 위해 실질적인 솔루션을 개발을 기후변화를 포함하여 다양하게 제시하고 있었다. 베를린시도 1987년 설립된 기술재단을 통해 브래인시티(Brain City)라는 과학캠페인 이니셔티브를 최근 스마트도시라는 주제로 R&I(Research & Innovation) 즉 연구개발을 통해 사업화 모델을 함께 고려하여 연구기관, 민간기업 그리고 스마트도시 시티랩 운영의 프로젝트와 펀딩을 담당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같은 경우 정책차원에서 AI산업 뿐만 아니라 양자기술, 수소에너지를 포함한 에너지 저장산업육성 및 응용분야에서 확산에 노력하고 있으며 '뇌과학'의 중장기적 연구와 혁신을 정책적 노력을 선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부산과학기술 고등교육진흥원이 지역산업 과학·혁신을 선도하는 정책기관으로 과학기술혁신도시를 구현하는 정책 등을 실행방안을 제시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다. 이는 기존 중앙정부에서 도시단위의 자생적 R&I기반 스마트도시라는 주제 하에 연구생태계를 조성하며 지원한다는 점에서는 지역적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도시들은 기술적 혁신과 경제 성장에 기여하며 더 이상 국가 간 경쟁이 아닌 도시 간 치열한 경쟁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 예상되며, 이러한 미래 신산업을 통해 향상된 지역 내 총생산(GRDP)의 향상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혁명을 주도하는 AI 시대의 경제발전의 원동력은 에이전틱 AI
올해 가장 주목한 글로벌 뉴스 중 하나는 바로 한강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지만, 아마도 과학계에서는 AI분야 관련 첫 노벨상 수상자들을 통해 보수적인 과학계에서 우뚝 서는 자리로써 강력한 신범용기술로써 인정받으며 새로운 시대를 연다는 시작의 경종을 울린 것이다. 특히 최근 정보기술 전문 연구기관인 가트너는 AI 입지 확대되면서 25년 10대 기술 중 하나로, '에이전틱 (Agentic) AI'를 지목하며 생성형 AI 다음 단계로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행동할 수 있는 기술이다. 특정 목표를 스스로 주위 환경을 인지하여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실시간 데이터 수집을 통해 최적화 계획을 실행화한다.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에이전틱 AI 적용사례로는 바로 테슬라의 자율주행운전이 대표적으로 지속적으로 실시간 기반 데이터 수집하면서 도로의 상황을 인지하며 (Perception), 이를 추론해 나가며 (Reasoning) 다양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며 (Action) 지속적인 학습 (Learning)을 통해 목적지까지 안전성과 효율성을 목표로 운행하게 된다. 도시의 재난·재해 상황에서 AI 에이전트가 활용될 것으로 긴급상황을 인지하면서, 소방, 경찰, 응급 관련 다양한 AI 에이전트들과 함께 상호작용을 해나가면서 최적의 계획을 수립해 나간다. 이러한 협력적 에이전트들은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공통의 목표를 통해 서로 협력해 나가면서 해결하는 동시에 미래 이벤트들을 예측하는 혁신역량을 갖게 된다. 멀티 AI 에이전트의 실용적 응용은 이미 다양한 산업분야로 2025년부터 본격적으로 현실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추세와 함께 기술혁신과 성장차원에서 글로벌 테크기업들은 규모 및 범위의 경제의 중요한 요소로써 작용하면서 필수적인 AI 전략을 실행화를 통해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이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도시에서는 단순업무부터 복잡성이 높은 도시문제들까지 해결해 나가는데 적극적으로 활용해 나가며, 해당 업무의 생산성과 비용절감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기로에 선 한국형 스마트도시모델, 글로벌 시장에서 선도하기 위한 핵심성공요소는?
'스마트시티 인덱스 2024' 보고서에 따르면, 50개 도시 중 43%가 다양한 신기술과 비즈니스모델을 실증 적용해보면서 새로운 도시공간모델을 창출하는 스마트도시 특화지구를 보유하고 있었으며, 교통, 에너지, 환경분야를 중심으로 다양한 융·복합적 서비스와 지능형 도시기반시설을 통해 도시 혁신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미래산업 분야에 혁신생태계를 조성하는 촉매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래기술을 실증하면서 시민과 민간기업이 직접 참여하는 리빙랩 주도형 실증모델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으며, 도시혁신성에서 실증혁신지구의 역할의 중요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한국 또한 급격한 ICT 발전속도와 함께 스마트도시 강국으로써, 국가주도형 다양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추진해 왔으며, 최근 제4차 국가 스마트도시 종합계획 (2024-2028년)을 확정하였으며, 스마트도시 산업거점으로 민간기업과 연구와 실증을 함께 추진하는 기업친화적 스마트도시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정책을 수행하고자 한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AI 지형도의 변화에 따른 기술격차에서는 스마트도시분야에서도 동일한 도전을 받으며 유수한 글로벌 평가기관들은 서울을 제외하고는 그 외 도시들은 중·하위권을 달성하고 있다. 기존 스마트도시 모델 또한 진화가 필요한 시점으로, 이러한 지형도의 변화가 반영된 적극적으로 정책방안 등이 요구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24년 글로벌 AI지수에서는 83개국 중, 미국, 중국,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다음으로 6, 7위를 차지하지만, 독일을 포함한 다른 기술주도형 국가들이 한국을 바짝 추격해 오고 있다. 미국 중국에 비해 AI 기술격차가 크다는 분석과 함께 느린 투자 속도와 AI 기업을 비롯하여 융합형 AI 인재를 양성하는 인프라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또한 자국의 데이터와 인프라를 국가차원에서 주도해 나가며 독립적 기술개발과 함께 자국의 기술개발을 활성화하는 '소버린 AI'도 강조하고 있다.
기로에 선 AI 기술이 반영된 한국형 스마트도시 모델은 어디에 혁신의 좌표를 찍으며 기술 획득 전략을 가져가야 할지, 분야별로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성장해법을 빠르게 모색하는데 있어 몇 가지 방향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로는 AI 혁신에 있어 한국은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퍼스트 무버(First-Mover)로 성장이 요구되나, 이를 위한 구조적 개혁과 글로벌 대응정책은 현 상황을 고려할 때 잘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미국 트럼프 재집권, 기후변화 대응,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다양한 불확실성 변수들이 작용하는 가운데, 한국이 갖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글로벌 역량을 기반으로 전방위적 디지털 국가 리더십과 함께 재도약의 발판으로 중장기적 발전을 도모해야 한다.
둘째로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스마트도시모델의 브랜딩화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K팝 산업과 유사하게 한국형 스마트도시 모델도 다양한 브랜딩 전략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AI를 반영한 스마트도시 서비스의 패키징화를 통한 도시모델을 수출하는 국가차원의 스마트도시의 브랜딩화 전략과 함께 글로벌 성장전략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로써 아시아에서는 성공적인 스마트도시로 인정받고 있으며, 최근 사우디는 신도시 프로젝트인 '네옴시티'로 자국의 스마트도시를 브랜딩화 하며 세계의 글로벌 어반테크 기업들의 주목을 끌었다.
세번째로는 브랜딩화를 단순 마케팅도구가 아닌 국제협력을 이끌어가는 파트너십 형성을 통한 다양한 선도적 프로젝트 추진과 함께, 이를 위한 제도적 개선 방안도 필요해 보인다. 필자는 유엔 국제기구에서 한국을 대표로 스마트도시 국제가이드라인 작성에 참여하고 있는데, 최근 유엔 같은 국제기구들이 기술혁신과 사회적 변화에 대해 다양한 활동을 펄치면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한국 또한 단순 정기적 회의 참여가 아닌, 국제협력을 주도적으로 리드할 수 있으며, 이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함께 현시점에서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AI인재 양성을 위한 학계와의 협력으로 기업에서 요구되는 인력은 물론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 환경이 조성되는 융합형 교육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필자는 AIoT 서비스 융합트랙에서 'IT 기업가정신과 IoT혁신' 수업을 통해 AI, 빅데이터, IoT 기술 등을 포함하여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Learning by doing 프로젝트형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미래를 준비하는 MZ세대들에게 다양한 분석기법과 툴을 제공하며, AI·데이터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는데 있어 단순 기술관점만 아닌 비즈니스모델의 사업화 관점에서 발생될 수 있는 다양한 도전들을 함께 생각하는 융합적 성격을 갖고 있는 수업이다. 예를 들어 국제공항에서 도착부터 탑승구까지 운영하는 자율주행 카트부터 시작해서 반려견의 가상 목줄까지 이를 운영하기 위한 비즈니스운영모델 관점에서 만들어 가며 기술적가치에서 서비스의 가치로 전환된 모델을 만들어 나간다.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이 AI를 가장 활용을 잘하는 기술혁신의 종주국이 되어 성장해 가길 기대하며 새해를 맞이하고자 한다.
이정훈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 jhoonlee@yonsei.ac.kr
〈필자〉이정훈 교수는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이자 DT기술경영 센터장으로 현재 한국 IT서비스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 서울시 디지털명예시장·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장·위원, 국가 스마트도시위원회 위원, 기술경영경제학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공공데이터전략위원회 소속 데이터 개방·활용 전문위 위원, 국가데이터 정책위원회 생산·공유 분과위원회에서 실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UN HABITAT에서 주도하고 있는 '사람중심의 스마트도시 구현을 위한 국제가이드라인'의 전문가 그룹 한국대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