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미디어·콘텐츠 정책 컨트롤타워 격인 '미디어·콘텐츠산업융합발전위원회'(이하 융발위)의 방송 규제 완화 정책이 지체되고 있다. 국내 방송광고 시장이 규제라는 진입장벽에 갇힌 사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은 발 빠르게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방송 규제 완화를 위한 구체적 이행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융발위는 지난 3월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을 발표하고, 낡은 방송규제 13개를 개선한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홈쇼핑, 케이블, 위성, IPTV 등 유료방송의 재허가·재승인제 폐지를 공식화했다. 방송광고 시장의 자율성과 활력 제고를 위해서 현행 7개의 복잡한 방송광고 유형 프로그램 내 광고, 프로그램 외 광고, 기타 광고 3개로 단순화하기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과제 실현 차원으로 미디어·콘텐츠 융합 시대에 맞춰 유료방송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낡은 방송 규제를 혁파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등 3개 부처가 나눠 추진과제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그간 IPTV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경영 제한 등을 폐지하거나, PP에 대한 매출액 점유율 규제를 없애는 등 규제 개선에 노력했으나 사문화된 규제만 완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질적으로 사업자 경쟁력을 제약하는 규제에는 손을 대지 못한 것이다.
규제 개선은 관계 부처간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고열량·저영양 식품 광고규제 완화 조치 건의 경우 소관 부처 식품의약품안전처 협조가 필요하지만, 규제 완화에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탄핵 정국 여파로 부처간 협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고삼석 동국대 석좌교수는 “현 탄핵 정국에서 '미디어·콘텐츠 산업융합 발전방안' 정책 추진 동력이 소멸됐다고 본다”며 “규제 개선을 위해서는 관련 부처 간 협조가 돼야 하는데, 대통령 직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부처 협의나 개별 부처 차원에서 힘있게 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갈 가능성이 대단히 크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규제를 받는 국내 방송 사업자가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갈수록 심한 경쟁 압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통신위원회 '2023 회계연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에 따르면 작년 방송사업 매출은 18조9734억원, 방송광고 매출은 2조4983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각각 4.7%, 19.0% 줄었다.
업계에서는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 발전방안'(2020), 방통위 '중장기 방송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제안서'(2020), 과기정통부 '유료방송 제도 개선방안'(2021), '방송미디어 중장기 법제정비 방안'(2022) 등을 거론하며 부처간 이해관계 및 수직적으로 오래 운영된 미디어 제도간의 충돌을 조율할 수 있는 부처와 독립된 컨트롤타워 필요성을 제기했다.
권혜미 기자 hyemi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