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성형외과 의사가 카데바(연구 목적으로 기증된 해부용 시신)를 촬영한 기념 사진을 모자이크 없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해 논란이 됐다.
최근 일본 공영 NHK에 따르면 도쿄에 있는 성형외과 원장 구로다 아이미는 지난달 29일 괌에서 실시된 해부학 연수 사진을 자신이 운영하는 SNS와 블로그에 게재했다.
그는 “자, 신선한 시신(fresh cadaver)을 해부하러 갑니다!”라고 말하며 수술복을 입은 다른 의사들과 함께 손가락으로 '브이'를 그리며 촬영한 셀카를 공개했다.
이어 해부실에 카데바 머리 부분이 여럿 놓여있는 사진을 올리며 “머리가 정말 많네”라고 평했다. 문제는 그가 올린 사진 몇 장의 카데바 사진이 모자이크 처리되지 않은 채로 공개된 것이다.
일본에서 실습에 사용하는 카데바 대부분은 포르말린 등으로 방부 처리한 상태로 사용하기 때문에 신원을 확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 해부실습은 미국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별다른 별다른 방부 처리가 되지 않아서, 충분히 얼굴을 식별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이날 연수를 주최한 히가와 키헤이 사무국장은 “의사들의 실력을 향상하기 위한 차원에서 촬영이나 의사끼리의 공유를 허가해왔지만, 카데바 사진과 현장을 SNS에 올리는 행위는 윤리상 문제가 있다”며 유감을 표했다.
또한 일본에서는 카데바 기증에 동의한 유족들에게도 실습 관련 정보 전달을 일체 금지하고 있다. 일본 아츠시 카데바 협회 사카이 켄오 이사장은 “유족에게도 알려지지 않는 해부 현장의 모습이 공개되는 일을 절대로 없어야 한다”며 “사람들에게 불안감을 줄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비판이 쏟아지자 구로다는 지난 23일 사과문을 올리고 사진과 영상을 모두 삭제했다.
그는 “카데바로부터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있다는 것을 많은 의사들에게 알리고 싶었다”고 해명하면서 “의사이자 사람으로서 윤리관이 부족한 게시에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고개숙였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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