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 다사다난 핀테크 2024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가계부채, 부동산 PF 이슈 등 금융시장의 어려움이 많았던 2024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금융의 벤처라 할 수 있는 핀테크는 수익모델이 취약한 만큼, 더욱 '다사다난한 한 해'였던 것 같다. 올 한해 핀테크 관련, 어떤 성과와 이슈들이 주목받았는지 살펴보자.

성과로서는 우선 금융의 디지털화를 주도해온 규제샌드박스의 혁신금융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올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건수는 207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이 시작된 2019년 이후 작년까지 5년간의 연평균 지정 건수 48건의 무려 4.3배다. 지난 6월부터 그동안의 임의적 수요조사방식 대신 정기적 '분기별 접수방식'으로 전환한 정책개선 효과라는 게 전문가들 평가다.

지정 서비스 내용도 이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 클라우드를 활용한 SaaS(47.3%), 공모 펀드(16.4%), P2P 대출(14%), 로보어드바이저(8.2%), CBDC 관련(3.4%) 등에서 알 수 있듯, 새로운 영역(예 : SaaS, CBDC)에서의 혁신금융서비스 증가가 특징적이다. 혁신금융서비스와 관련한 고용효과는 올 한해 2,418명, 투자유치도 6조 1,704억원으로 꽤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된다. 아쉬움이 있다면, 핀테크 업체의 참여 비중은 10% 내외로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혁신금융서비스 시행 5년의 피로감, 대형 금융사 대비 수익모델이 제한적인 점 등 의견이 있긴 하지만, 보다 정확한 원인분석과 대응책이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온투업(P2P)에 대한 '저축은행 자금조달 허용'도 온투업의 어려움이 워낙 극심하다보니, '가뭄에 단비'라면 단비다. 지난 7월 29개 저축은행에 대해 '온투업 신용 연계대출'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온투업자(현재 5개사로 한정)는 자금조달원 확보, 저축은행은 新영업 채널을 통한 수익기반 강화, 금융소비자(차입자)는 낮은 대출금리 등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에 실제 금리인하는 미국의 경우 9월, 우리나라는 11월로 늦었지만, 금리인하 기대감으로 벤처투자와 핀테크 투자가 상반기부터 회복추세로 돌아선 것도 성과라면 성과다. 상반기 벤처투자는 5조 3,619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9%, 핀테크투자도 한국성장금융(주) 기준으로만 보면 전년 동기대비 4배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향후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한 투자 확대 가능성 전망 등이 나오고 있다.

하이라이트를 받은 이슈들로는 어떤 게 있나. 첫 번째는 누가 뭐래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일 듯 싶다. 연초 5500만원 수준에서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12월 말 현재 1억5000만원대로 거의 3배다. 많이 상승했다는 미국의 S&P지수도 25% 상승,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는 오히려 연초 대비 9%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천양지차다. 비트코인 ETF의 미 증권관리위원회(SEC) 승인, CFTC(상품선물거래위원회)와 SEC(증권거래위원회)의 협력을 촉구하는 브릿지(BRIDGE) 법안에 이어 트럼프 측근인 신시아 루미스 공화당의원의 '비트코인 전략자산 법안(Bitcoin Act)'이 발의되면서, 비트코인은 그야말로 급상승 추세다. 가격이야 단기 급등하면 급락 또는 조정이 따르기 마련. 문제는 내년 1월 20일 시작하는 트럼프 차기정부가 '달러패권과 미 정부 부채 완화'를 위해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가상자산정책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그 경우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나서 환율급등과 경우에 따라선 자본유출(Capital flight) 우려도 증폭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경우의 시나리오 분석은 물론,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에 대해 '환율안정 등에 도움이 되는 전향적이고 유연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업계에서도 가상자산 1단계 법이라 불리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을 넘어 법인계좌 허용, 가상자산의 공시, 평가, 수탁, 운용 등 가상자산 생태계구축을 위한 2단계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사건·사고로 주목을 모은 최대 이슈는 '티메프사태'다. 티메프의 모기업인 큐텐의 무리한 사업확장이 문제였지만, 한편에선 정산 주기, 정산자금의 관리시스템 등 제도적 불비(不備)도 사태를 키운 요인 중 하나였다. PG사(전자결제 대행사)에 대한 재정의를 비롯, 전금법과 유통법 개정안이 나왔지만, 업계에선 이커머스(E-commerce) 산업에 대한 종합적 판단과 평가를 통해 보다 꼼꼼한 개정안 손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다가오는 2025년에는 국내뿐 아니라 트럼프 리스크 등 해외변수도 많다. 업계 숙원인 토큰증권 입법,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 업권간 조정이 필요한 마이데이터 2.0 등 현안들이 국내외 변수로 인해 지체되지 않도록 정책당국과 업계의 선제적 노력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단 생각이다. 민관의 활발한 소통·협력으로 내년에 더 어려워질 거라는 시장의 전망을 뒤집는 한 해가 되기를 기대한다.

길재식 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