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변호사의 창의와 혁신] 〈51〉창의력 훈련(하)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

지하철 2호선을 많이 탄다. 역삼역 등 대다수 전철역은 중앙에 철로 2개가 있고 철로 바깥쪽으로 승강장 2개가 분리되어 있다. 전철 출입문은 오른쪽이다. 삼성역 등 전철역은 철로 2개가 1개의 승강장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다. 전철 출입문은 왼쪽이다. 전철역 구조가 다른 이유가 뭘까. 지하철 위쪽 지상에 도로, 주택, 빌딩 등 시설의 존재와 지반구조를 고려해 붕괴 등 재해를 피하기 위한 설계다. 전철역이 다른 호선으로 옮겨 탈 수 있는 환승역이거나 그 역에서 운행방향을 바꾸는 회차역이라면 그렇게 만들 수 있다. 전동차 진입, 환승역 알림 등 지하철에서 사용하는 음악도 제각각 다르다. 승객의 편의를 위해서다. 이런 관심도 창의력 훈련에 도움이 된다.

복잡한 전철에서 앉아가려면 어떻게 할까. 금방 일어날 사람 앞에 있어야 한다. 출입문이나 하차역 표시가 있는 디지털 화면을 자주 쳐다보거나 안내방송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 갑자기 가방을 꼭 잡거나 움직임이 많은 사람 앞이 좋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사람, 독서에 몰입하거나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있는 사람 앞은 피해야 한다. 하차역까지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앉아있는 승객 앞에서 감기에 걸린 듯 기침하거나 미친 듯 연기하는 것은 비도덕적이다. 권하고 싶진 않다. 창의력 훈련이라고 생각하고 한번 해 보라.

그림작가 이소연 作
그림작가 이소연 作

낮 12시경 챙겨먹는 점심(點心)의 어원을 찾아보자. '마음에 점을 찍듯' 간단하게 먹는다는 뜻이다. 당나라 스님 덕산은 여행 중 배가 고팠다. 떡을 파는 노파를 발견했다. 노파는 질문에 답을 하면 떡을 그냥 주고 답을 못하면 돈을 줘도 팔지 않겠다고 한다. “불경에선 과거 마음도 얻을 수 없고, 현재 마음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 마음도 얻을 수 없다고 하는데(過去心不可得 現在心不可得 未來心不可得), 스님은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시겠습니까?” 덕산은 말문이 막혔다. 어떤 마음도 얻을 수 없는데 어디에 점을 찍을 수 있겠는가. 불경에 적힌 진리도 깨닫지 못하면 헛것에 불과하다. 창의력은 번득이는 아이디어를 만드는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낡은 관념에 집착하지 말고 생각을 달리 해야 창의가 모습을 드러낸다.

점(粘)에 대해 생각해 보자. 점은 방향과 크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시작과 끝이다. 지구도 멀리서 보면 점에 불과하다. 빅뱅이 있기 전 우주도 작은 점이었다. 점은 다른 점을 만나면 선이 된다. 마지막 점이 최초의 점과 만나면 허공을 가둬 원, 면 등 모습을 만들고 정육면체 등 입체에도 이른다. 무한한 가능성이고 다양성이다. 거기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 다시 돌아보라. 필자는 點을 粘이라고 오타를 냈다. 그것을 알았다면 관찰력이 좋다. 관찰은 창의력의 시작이다. 무언가를 보거나 느낄 때 차이와 특징이 뭔지 유심히 보는 것이 좋다.

우리는 문장을 끝낼 때 마침표를 쓴다. 쉼표는 마침표에 꼬리를 붙였다. 문장을 끝내지 못하지만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 위해 붙인다. 숫자는 천 단위마다 쉼표를 찍어 혼동을 피한다. 3천원은 3,000원이다. 그런데 유럽에선 천 단위마다 마침표를 찍는다. 3천원은 3.000원이다. 우리나라는 소수점을 표시할 때 마침표를 쓴다. 3.3은 3에 0.3을 더한 것이다. 유럽에선 마침표 대신 쉼표를 찍는다. 3.3은 유럽에 가면 3,3이 된다.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오랜 관행이다. 나라마다 언어가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호기심도 창의력 훈련에 좋다.

어린 시절 종이신문에 화장품 광고가 있었다. 멋진 여성 모델이 화장품을 손에 들고 빨리 사란 듯이 미소를 짓는다. 엄마에게 물었다. “화장품을 사면 이 누나도 같이 우리 집에 와?” 내 아들은 어릴 적에 꿈을 물었더니 경찰차가 되고 싶다고 했다. 물론 지금은 아니다.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생각의 한계를 만든다. 가정, 학교, 사회생활에서 하나의 정답만을 가르친 결과다. 한계를 깨부숴야 창의력은 싹을 틔우고 몸집을 키운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디지털 생활자'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