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생활 동안 '대행의 대행'이라는 상황은 처음 겪습니다. 대통령실, 총리실과 업무 협조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정해진 게 아무것도 없어요. 물리적으로 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 27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직후 국정 운영의 컨트롤타워가 된 기획재정부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냐'는 반응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틀 후 29일, 무안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가 추락하는 참사 이후에는 기재부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되면서 이런 의견마저 쏙 들어갔다. 권한대행직을 이어받고 주말 동안 국정 운영 방안을 고심할 계획이었던 최상목 권한대행은 비극적 참사로 인해 급하게 전면에 나섰다. 관가에도 “일단은 수습이 먼저”라는 인식이 우선됐다.
기재부는 처음으로 예산실장을 팀장으로 하는 내부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사태를 지원하고 있다. 기재부 1, 2차관과 1급 간부들은 회의를 열어 사고 대응체계를 논의했다. 이 과정에서 국무조정실장이 참석했을 뿐 대통령실 및 총리실 인력의 보좌를 받지는 못했다.
대통령실과 총리실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정부는 비교적 신속하게 재난 상황에 대응했다. 최 권한대행은 사고 당일 무안을 찾아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사고가 난 지역의 재정지원을 위한 특별재난지역 선포도 신속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이런 체계가 언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재부 본연의 업무 영역인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당장 3주 후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하고 어떤 폭탄이 터질지 모른다. 권한대행과 기재부에 모든 업무가 가중돼 있는 체제는 지속되기 어려운 이유다.
경제에 더 큰 폭풍이 몰아치고 업무 공백이 생기기 전에 개점휴업 상태인 인력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을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최다현 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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