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새해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년 가까이 전쟁이 지속되고 있다. 전쟁은 교착 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서방 국가의 지원과 북한의 참전 속에서 양측의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헤즈볼라 등 이슬람 무장세력과 교전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란과 미사일 공격을 주고받고 있다. 가까이 동아시아에서는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둘러싼 국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편 한반도에서는 대화 없는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다. 북한은 오물 풍선이라는 저강도 도발을 지속하면서 북·러간 동맹 조약과 러시아 파병을 통해 핵 역량을 한층 강화했다.
이러한 복잡한 국제 정세 속에서 우리는 최근 분쟁의 양상이 과거와 달라졌음에 주목해야 한다. 러·우 전쟁은 인공지능(AI)으로 중무장한 드론의 맹활약상을 보여주었다. 현재 드론으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국가는 AI 전쟁에서 뒤처진 북한이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러시아 쿠르스크 주에 파병된 북한군 1만1000여명 중 약 10%에 달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최정예 폭풍군단 전사들이 속절없이 쓰러진 것이다.
그 원인에는 북한군이 현대전과 동떨어진 훈련방식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특수부대의 훈련은 맨손으로 벽돌을 격파하거나, 망치로 배 위에 올린 화강석을 부수는 등 격술과 차력 위주의 체력 강화가 주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드론전에 대한 경험이 없는 북한군은 전장에서 최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반면 우크라이나에는 전장에서 뛰기엔 체력이 턱없이 부족하지만 드론 조종에 익숙한 군인들이 다수 있다. 비디오 슈팅 게임에 빠져 있던 청년들이 특급전사의 천적이 된 것이다. 학창 시절 게임만 하던 청년이 참전 후 300명이 넘는 러시아군을 사살한 사례가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이라크 전에서 활약한 미국 네이버실 저격수의 최고 실적을 뛰어넘는 수치다. 전쟁의 패턴이 확연하게 바뀐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AI를 중심으로 한 군비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고 성능의 AI 모델을 앞다투어 도입하는 것은 물론, AI로 중무장한 첨단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민간 AI 기업과의 적극적인 협업을 통해 국방 분야의AI화를 추진하고 있다. 그 선두에 있는 기업이 바로 팰런티어(Palantir Technologies)다. 팰런티어는 군사 정보 분석과 테러 방지에 활용되는 AI 분석 도구인 고담(Gotham)을 미 국방부,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등에 공급해 오사마 빈 라덴 검거부터 첨단 전쟁 수행까지 이르는 빅데이터 기반 군사 의사 결정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에 힘입어 2024년 한 해 동안 팰런티어의 주가는 무려 361%나 상승했으며,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들의 최선호주(株)가 되었다.
록히드 마틴, 제너럴 다이내믹스와 같은 기존 방위산업체도 AI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으며, 오픈AI와 스페이스X 같은 빅테크 기업도 국방 AI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전하고 있다. 또 군사용 드론을 제조하는 안두릴(Anduril Industries), 자율 해상선박을 만드는 새로닉(Saronic) 등이 국방 AI 전문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지능화군(知能化軍) 건설을 목표로 국방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시진핑 지도부는 AI를 '신형군사공격역량'(新型军事打击力量)으로 규정하고, 군사 목적의 AI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민해방군 소속 군사과학원(AMS)에서 시뮬레이션 훈련과 지휘부 의사결정 지원을 위해 군사용 AI 모델인 챗비트(ChatBIT)을 개발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국방 AI의 상황은 어떠한가?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처럼 정부 주도로 국방 AI의 수준을 향상시키는데 구조적으로 한계가 있다. 따라서 높은 기술력을 보유한 AI 기업과 정부가 국방 AI 분야에서의 동반 성장을 도모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방위사업청이 3년째 추진 중인 '방산혁신기업 100' 사업은 시의적절한 프로젝트다. 이 사업에서는 우주, 드론, 반도체, AI, 로봇의 5대 국방 전략산업에서 100개 기업을 선정하여 기업 당 최대 50억원을 지원한다.
정부는 향후 국가 안보를 책임질 국방 AI 기업의 육성에 예산을 아껴서는 안된다. 국방 AI 육성은 그 어떤 무기 도입보다 비용 효율적인 투자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황보현우 서울대 산업공학과 객원교수·전 하나금융지주 그룹데이터총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