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은 총재 “올해 통화정책, 상황변화 맞춰 유연하게 운영”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은행 2025년 시무식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별관1층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은행 2025년 시무식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발언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 신년사를 통해 올해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어느 때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 정책과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중국과 유럽의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주요 대외 리스크로 꼽았다.

이 총재는 2일 “전례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추어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며 “물가, 성장, 환율, 가계부채 등 정책변수 간 상충이 확대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내 상황과 관련해 “가계부채 흐름은 안정되었지만, 금리인하가 계속될 경우 불안 요소로 발전될 수 있어 비상한 경각심을 갖고 점검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정책 기조와 관련해 “경기를 고려한 미시적 조정은 검토할 수 있지만,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GDP 성장률 내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는 흔들림 없이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우리 수출 구조가 다변화되지 못하고 반도체, 자동차 등 몇몇 주력 상품 위주로 고착화돼 있다”며 “지난 10여년간 미래 수출을 이끌어가야 할 신산업은 개발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2025년 성장률 전망 1.9%에 대해서는 “하방 위험이 커진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현재의 잠재성장률 2%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26개국의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1.8%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처한 상황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위기와 같은 상황으로 보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단기적인 부양과 함께 고통스럽더라도 구조조정 문제에 집중해서 중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한국은행도 우리 사회가 필요한 구조개혁 방안을 찾아 실행할 수 있도록 관련 연구를 지속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정책 대안을 계속 제시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