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 년 째 바이오헬스 업계 주요 화두는 '불확실성'이었다. 코로나19 유행과 함께 세계 경기침체, 공급망 불안 등으로 연구개발(R&D)은 물론 기업 경영에도 불확실성이 가중됐다. 이 불확실성은 바이오헬스 산업에 들어오는 돈줄을 막으면서 유례없는 빙하기를 맞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발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사업을 재정비해 글로벌 진출을 노렸다. 유한양행, 휴젤 등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얻는 등 성과가 있었지만, 온전히 불확실성을 지우지는 못했다. 의정갈등과 비상계엄 등 오히려 불확실성이 커졌다. 올해는 탄핵 정국 속 조기 대선과 트럼프 행정부 2기 출범 등 바이오헬스뿐 아니라 전 산업에 불확실성이 뒤덮을 것으로 보인다.
바이오헬스는 타 산업과 비교해 불확실성에 더 취약하다. 산업 자체가 불확실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약 하나가 개발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약 10년이고, 투자비는 1조원이 넘는다. 1%의 가능성을 보고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더라도 임상시험 단계에서 폐기될 수 있다. 운 좋게 신약이 개발되더라도 이미 다른 약물이 발견됐거나 시장성이 떨어지는 등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라는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도중에 망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산업 본연의 불확실성도 큰 상황에서 정치, 경제, 사회 등 다양한 요인이 유발한 불확실성은 바이오헬스 생태계를 더욱 취약하게 만든다.
지난해 12월 초 비상계엄이 유발한 정국 불안은 바이오헬스 산업의 불확실성을 배가 시켰다. 환율이 오르면서 바이오헬스 기업의 글로벌 임상, 허가는 물론 원료의약품 수입비용 부담을 크게 늘리면서 새해 사업계획까지 수정하는 중이다.
투자 빙하기를 해소하고 점차 투자심리가 살아나고 있었던 산업 분위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다는 점은 기업이 가장 두려워하는 요인이다.
KRX헬스케어 지수는 지난 11월 4일 4000(4000.43) 고지를 넘으며, 1년 전(2581.51) 대비 55% 가까이 올랐었다. 하지만 비상계엄과 탄핵정국 속 하락을 지속, 지난해 12월 9일에는 3426.33까지 떨어졌다. 상장기업 시가 총액 역시 지난 2일 기준 비상계엄 전 대비 3조원 가까이 빠진 상황이다.
실제 일부 글로벌 제약사는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를 유보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당장 R&D 설비나 생산시설 등 대규모 투자 집행을 미루진 않더라도 임상 시험, 공동 영업·개발 등 파트너십 체결 등을 조금씩 미루고 있다는 것이다.
바이오헬스 산업을 육성하는 것은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것이 출발점이다. 각종 규제를 해소하고, R&D 를 가로막는 다양한 변수를 제거하는 것이 핵심이다. 2025년은 여기에 더해 국제 정세나 우리나라 정치·경제·사회 불확실성까지 해소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불확실성을 산업계가 스스로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산업계가 할 수 있는 것은 외부 요인에 휘둘리지 않는 탄탄한 기술 확보다. 올해는 기술을 가진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생존이 증명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기술 확보를 위한 자체 R&D는 물론 대·중견기업과 스타트업 간 협업 등 다양한 노력도 요구된다.
정용철 기자 jungyc@etnews.com